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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함을 지키려는 영혼은 사랑을 발견할 수 없고 자신을 실현할 수 없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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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함을 지키려는 영혼은 사랑을 발견할 수 없고 자신을 실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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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에게 사랑은 서로에게 만족하는, 서로를 향한 불타는 시선을 끝도 없이 교환하면서 서로를 애타게 원하는 두 개인이 이기적으로 자신들 안으로 침잠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타인을 향한 열려 있음이다. 사랑은 참여하는 것이다.


... 헤겔은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비현실적인 것을 택하는 사랑에 대한 이러한 낭만적 견해를 강력하게 거부하였다. 오스카 와일드가 「거짓말의 쇠퇴(The Decay of Lying)」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베르테르의 자살은 불행하게도 거기서 영감을 얻었던 젊은이들의 자살과 마찬가지로 전혀 영웅적이지 않다. 따라서 그의 희생은 헛된 것이다. 왜냐하면 스스로를 희생한다는 것은 반대로 세상사에 참여한다는 것이며, 행위를 통해 자신을 제한함으로써 자신의 무한성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뜻에서 헤겔은 『정신현상학』 맨 마지막 쪽에서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 그것은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실존 속에서 자신을 해치고 더럽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이른바] "아름다운 영혼"이 갖는 특징이다. 이 아름다운 영혼에서는 자기의식이 내면으로 후퇴하고 자신을 실현할 힘을 발견하는 데 이르지 못한다. "그것은 행위와 삶을 통해 자신의 내면의 영광을 더럽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싸여 살고 있다. 그리고 자기 마음의 순수함을 지키기 위해 현실과의 접촉을 피한다. ···이 불행한, 이른바 아름다운 영혼은 투명할 정도로 순수한 자신의 계기들을 자기 안에 지니고 있는 채로 서서히 옅어져서는, 공기 중에 흩어져 없어지는 형체 없는 안개와도 같이 사라져 버린다."」*


15/11/13


* 올리비아 비앙키, & 에두아르 바리보. (2014). 헤겔의 눈물. (김동훈, Trans.). 파주: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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