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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보다 빠르게 정보가 전달될 수 있을까?

모험러
「과학주의자: 1935년, 아인슈타인은 소련의 물리학자 보리스 포돌스키, 이스라엘의 물리학자 네이선 로젠과 공동으로 쓴 <물리적 실체를 양자역학으로 서술하는 것이 완전히 정당하다고 할 수 있는가>라는 논문에서, 양자론으로는 실존을 완전히 기술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그를 위한 사고실험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실험은 저자 세 사람의 머리글자를 따서 'EPR 패러독스'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사회자: 그것은 어떤 패러독스입니까?

과학주의자: EPR 패러독스는 만일 양자론을 인정하면 빛의 속도를 초월한 정보 교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되고, '광속도불변의 원리'에 모순된다고 주장하는 사고실험입니다.

아인슈타인의 '광속도불변의 원리'는 단순히 빛의 속도가 불변한다는 것뿐 아니라, 이른바 속도의 한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우주의 어떤 대상도 빛의 속도를 초월할 수 없고, 어떤 정보도 빛의 속도를 초월해 전달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 '공존' 상태에 있는 2개의 전자가 같은 운동량으로 정반대 방향으로 향해 날아가는 실험을 생각해봅시다. 이때 양쪽 전자는 고유의 '스핀'이라고 불리는 자전축을 가지고, 한편이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게 관측되면 다른 쪽은 왼쪽으로 회전하는 게 관측됩니다. 단, 이것은 관측된 이후의 이야기로 관측되기까지 전자는 양쪽 모두 오른쪽 회전과 왼쪽 회전이 공존하는 상태라고 해석됩니다. 결국 전자가 파동 상태로 2개의 슬릿을 동시에 통과하는 것처럼, 2개의 전자는 원리적으로 양쪽의 스핀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상태라고 상보적으로 해석됩니다.

이들 2개의 전자 가운데 하나는 지구상에 놓고, 다른 하나는 예를 들어 1광년 떨어진 장소로 가지고 갑니다. 다시 한 번 확인하면, 양자론에 의해 어떤 관측이 일어나기까지 각각의 전자는 파동처럼 흔들리고 얽힌 상태로 스핀은 결정되지 않습니다. 관측한 순간에 양쪽의 스핀이 결정됩니다. 여기에서 지구상의 전자의 스핀을 관측하니, 오른쪽 회전으로 관측되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1광년 떨어진 전자의 스핀은 왼쪽 회전이 되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지구상의 전자의 스핀이 오른쪽 회전으로 관측된다는 정보가 1광년 떨어진 전자에게 전해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런데 이들 전자는 서로에게 빛의 속도로 1년이 걸리는 거리에 떨어져 있기 때문에, 패러독스가 발생하는 게 아닐까 하는 겁니다.

상보주의자: 아인슈타인은 이 같은 사고실험이 현실로 이루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실험 장치의 경이적인 진보에 의해서 1982년, 프랑스 파리대학의 물리학자 알랭 아스펙트가 실제로 EPR 실험을 하는 데 성공하고 양자론의 예측대로 결과가 나온 것을 당신도 알고 있을 겁니다.

이 실험에서는 광자의 편광 상태를 관측했습니다. 스핀 상태는 100억 분의 1초마다 변하고, 2개의 광자는 빛의 속도로 전해지는 거리의 4배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인슈타인이 싫어했던 '유령 같은 원격 조작'이 실제로 일어났던 거죠. 결국 이들 광자는 빛의 속도로 전하는 거리의 4배나 떨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얽혀서 공존 상태에 있었다는 게 우리들의 해석입니다. 그 뒤 아스펙트의 실험에는 많은 추가 실험도 실시되었는데, 거의 모든 실험에서 양자론의 예측이 확인되었습니다.

과학주의자: 물론 아스펙트의 실험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문제입니다. 만일 다세계 해석(many-worlds interpretaion)을 채택한다면···.」*

14/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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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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