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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화와 민주주의

모험러

「나는 중국에서 발전시킨 효능의 사유에서 중대한 한계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반면 나는 비록 모델화가 기대된 효율성의 관점 자체에서는 효과가 덜하더라도 모델화의 장점을 본다. 전략에서 효능의 사유는 적합하지만 정치에서는 맹점이 있다. 특히 프랑스의 정치 영역에서 제도뿐 아니라 선거 공약에서 모델화가 대단한 정도로 시행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선거 공약도 단기 또는 중기에 걸쳐 투영된 모델화다. 그러나 모델화를 시행하는 것은 제안된 결과를 위해서가 아니다. 정당들이 공약을 작성할 때 그것이 공약을 그대로 적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곧이어 '주변 상황들'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은 그토록 어리석지 않다. 그렇다면 정치 영역에서 모델화는 무엇을 위해 쓰이는가? 모델화는 적용을 위해서가 아니라 협의를 위해서 쓰인다. 또는 민주주의를 하기 위해서 쓰인다고 나는 말하겠다. 선거 정책을 구상하는 것은 그것의 적용을 위해 서라기보다 그것에 대해 토론하고 입장을 취하며 반대할 수 있기 위해서다. 간단히 말해 정책은 논쟁을 조직하는 데 사용되는 것이다.


중국에서 잘 보이지 않는 것이 바로 이런 점이다. 『손자병법』을 읽을 때 중국 쪽의 약점이 이런 부분에서 드러난다. 『손자병법』에는 다음과 같이 언급되어 있다: 위대한 장수는 군대를 양때처럼 다룬다. 그는 적군뿐 아니라 아군까지도 양떼처럼 다룬다. 주도 요인들을 탐지해낼 때나 이 요인들을 토대로 상황을 변화시킬 때나 전략가는 비밀을 유지한다: 위대한 조종자는 자신의 조종 속에 홀로 있다. 이에 따라 공적 토론과 자발적 참여의 모든 가능성은 소멸된다. 요컨대 나는 목적으로 설정된 이상적 형태의 개념이 있을 때만 협의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추후에는 '마찰'이 발생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이런 점은 사업에도 해당된다. 아테네 민주주의의 아버지인 클레이스테네스는 (탈레스, 아낙시만드로스 같은) 이오니아의 사상가들에게 나타난 이론적 모델화의 영향과 수학의 영향하에서만 자신의 개혁을 생각했다. 모델화된 (심지어 수확화된) 이상의 규약 구성과 민주주의 사이에는 애초부터 본질적인 관계가 존재했던 것이다. 그런데 주지하다시피 중국에는 오늘날도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16/02/15


* 프랑수아 줄리앙. (2015). 전략: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 중국까지. (이근세, Trans.). 파주: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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