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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가는 기다릴 줄 안다 본문
「전략가는 좌절하지도 않고 자신을 희생시키지도 않는다. 전략가는 앞으로 다가올 상황의 쇄신에 의거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생황 쇄신 속에서 자체적으로 작동하면서 그를 회복시켜줄 요인들을 살핀다. 문화혁명 초기에 덩샤오핑은 결코 마오쩌둥에게 맞서지 않았고 그후에도 '4인방'이라고 불리는 이들과 맞서지 않았다.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만약 그가 마오쩌둥과 4인방에게 맞섰다면 그는 부러졌을 것이다. 그러나 덩샤오핑은 해임, 좌천, 비판, 야유를 그대로 견뎠다. 그는 자아비판을 실행했다. 이 당시 중요한 것은 살아남는 것, 생존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덩샤오핑은 '지속적 혁명'은 일시적으로 지속될 뿐이고 그를 무너뜨렸던 적대 요인도 역시 고갈되어가면서 진행될 것이라는 점, 또는 언제나 "혁명파'가 '전문가'를 능가할 수는 없다는 점, 간단히 말해 한 요인은 다른 요인으로 전환되며 배고픈 중국에서 경제는 반드시 자기 권리를 되찾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덩샤오핑은 기다릴 줄 알았다. 더 정확히 말해서 그는 기다림의 상태로 자신을 유지할 줄 알았다. 결과적으로 두 차례에 걸친 그의 복권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상황이 실제적으로 덩샤오핑을 끌어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한 번 복권되었던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이 죽었을 때 다시 비판받고 있었다. 그러나 덩샤오핑은 축적된 세(勢)에 힘입어 몇십 년 만에 큰 사건 없이 중국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그는 말 그대로 '행동'하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그가 위대한 인물로 등장했던 것도 아니다. 그는 '작은' 조타수였다.」*
「나는 1953년에서 1958년까지의 드골 장군의 '사막횡단'도 동일한 방식으로 읽어낼 것이다. 드골은 제4공화국의 정치적 불안정이 도저히 견딜 만한 것이 아니며 프랑스가 정당들의 체제로 교착상태에 빠질 것을 확인하고는 물러나기로 결정한다. 이는 (특히 『노자』에서 읽을 수 있는) 위대한 중국적 가르침이다. 효과도 적으면서 위험하고 소모적인 일을 벌이며 희생을 무릅쓰고 앞으로 나아가기보다는 스스로 물러서서 상황이 나를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낫다(1953년 드골은 말했다. "재편성의 기회가 올 수 있다······ 방책을 준비해야 한다). 상황의 쇄신으로 이끄는 요인, 즉 '주도' 요인은 감히 말하자면 알제리 전쟁이었다. 점점 더 반복된 "드골 장군을 다시 불러야 한다"는 말을 기억하자. 다시 불려온 드골 장군은 헌법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최대치의 세와 함께 회귀할 수 있었다.
... 인내의 결단이라는 대가를 치르고서, 즉 싹이 빨리 자라게 하려고 싹을 잡아당기지 않는 대가를 치른 후에 비로소 위인은 흐름을 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상황이 그를 찾아오기를 기다릴 줄 알았기 때문에 드골 장군은 축적된 모든 세와 더불어 결국 업무에 복귀함으로써 평화의 시기에 헌법을 개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통상적으로 헌법 개정은 전쟁이나 혁명이 필요한 일이다. 오늘날 프랑스 헌법을 또다시 바꾸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드골이 누렸던 것과 같은 세가 그들에게 어느 정도로 결여되어 있는지 정확히 헤아려야 할 것이다.」*
16/02/14
* 프랑수아 줄리앙. (2015). 전략: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 중국까지. (이근세, Trans.). 파주: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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