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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된 목적을 정하지 않고 상황의 성숙을 돕는다 본문
「나는 고정된 목적을 정하지 않는다. 목적은 상황의 전개과정에서 볼 때는 장애물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배치를 적극 활용한다. 혹은 배치가 내게 불리할 경우 우선 나는 불리한 배치를 약화시키는 작업을 한다. 『손자병법』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적이 쉬고서 도착하면 피곤하게 만들어야 한다. 적이 배부른 채 도착하면 배고프게 만들어야 한다. 적이 뭉쳐서 도착하면 흩어지게 만들어야 한다. 간단히 말해, 이런 작업을 통해 유리한 조건들이 점차 적에게서 멀어지고 내 쪽으로 기울어지는 흐름으로 적을 끌어들여야 한다. 그 귀결로서 점차적으로 그리고 적이 자각하지도 못한 채 세(勢)가 내게 유리한 쪽으로 흘러들어오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위대한 전략가는 (계획을) 투영하지 않는다. 다만 그는 마주친 상황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요인들을 알아보고 탐지해내어 그것들을 증대시키는 방식을 취한다. 동시에 적에게 유리해질 요인들은 감소시키는 방식을 취한다. 이처럼 나는 적이 점차적으로 탈구조화되고 당황하게 되어 역량을 잃은 상태에 처하고 결국 세를 상실하게 되는 흐름으로 적을 끌어들인다. 마침내 내가 적을 공격할 때 이미 그는 패배해 있는 것이다. 또는 더 정확히 말하면 나는 이미 적이 패배했을 때, 즉 내가 이미 승리했을 때 전투를 실행한다. 이런 것이 바로 중국 전략의 주요 원리다. 상황이 성숙되지 않았을 때는 성숙을 도울 뿐 억지로 하지 않는다. 과일이 익어서 떨어질 준비가 되었을 때 과일을 거두기만 하면 된다. 이는 실패할 일이 없이 진행된다. 『손자병법』에서 말하듯이 승리는 "이탈하지 않는다." 이미 승리했을 때만 전투에 임하면 나는 많은 노력도 저항도 없이 항상 승리하는 것이다. 나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다. 신들에게 기도할 필요도 없고 점술에 의지할 필요도 없다.」*
이는 삶의 전략으로도 유효하다. 무위(無爲)의 전략.
16/02/07
* 프랑수아 줄리앙. (2015). 전략: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 중국까지. (이근세, Trans.). 파주: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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