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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와 비겁함의 위치 본문
「중국인들은 주도 요인 또는 그들이 명명하듯이 '상황의 잠재력'[勢]에 대한 성찰을 극히 멀리까지 밀어붙였기 때문에, 전쟁에서 용기와 비겁함도 (그대로 인용하자면) '세(勢)의 귀결'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용기와 비겁함은 우리가 본질적으로 소유한 자질이나 결함이 아니다. 나는 용감하거나 비겁하게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나를 용감하거나 비겁하게 만드는 것은 상황, 더 정확히는 상황의 잠재력이다. 여기서 어떻게 유럽적 휴머니즘과의 간극이 생기는지 보라. 유럽에서는 용기를 기꺼이 인간적 자질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에 대해 게으른 사람이거나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용기가 도덕적 관점에서 파악된 덕이 아니라 상황 잠재력의 효과로 간주될 경우, 중국 장군은 그의 병사들이 비겁하거나 용감한지 따질 필요가 없다. 오히려 용기를 발휘하도록 그들을 강제하거나, 더 정확히 말해 용기를 발휘할 수 있는 상태로 몰아갈 방법을 생각할 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예를 들어 병사들을 적국 깊숙이 밀어넣고 퇴로를 차단함으로써 빠져나오려면 사력을 다해 싸울 수밖에 없도록 강제하는 것으로 족하다. 병사들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중국어로 이런 것을 '상옥추제(上屋抽梯 - 지붕 위에 오르게 하고 사다리를 치운다)라고 한다. 용기의 위치(position)에 갇히고 몰리는 것이다.」*
강제로 사지로 몰렸을 때 병사들의 '용기'가 과연 증진될까? 그건 그렇고, 용기는 동양 문화권에서도 인간적 자질로 간주된다. 『논어』만 읽어봐도 유독 용기 있는 제자가 등장하고, 그 자질의 장단점이 공자 가르침의 일부를 이루지 않던가?
16/02/06
* 프랑수아 줄리앙. (2015). 전략: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 중국까지. (이근세, Trans.). 파주: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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