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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마치 광자를 바라보면 그러는 것처럼, 존재를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그게 사라져 버릴까봐 감히 입에 담지 못하는 희망의 미세한 불꽃을 지칭하는 단어가 있어야 한다. 그런 희망의 불꽃은 오직 옆에서 비켜서서, 지나쳐 걸어가며, 그것이 세상과 마주할 수 있을 때까지 충분히 커지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테리 프레쳇, 모트: 디스크월드 소설.
「그들은 이미 희망은 잃었지만 절망을 가지고 있었다. 베르길리우스가 절망이 때로는 승리를 안겨 줄 최후의 병기가 된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제일 좋은 방법은 모든 것이 끝나는 순간 최후의 결심에서 생겨난다. 때로는 죽음이라는 배에 타는 것이 난파를 피하는 법이 되기도 하고, 관 뚜껑이 구명의 판자가 되기도 한다.」 -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더클래식
「존경하는 청중 여러분, 10년 후에 이 문제에 대해 우리 다시 한번 이야기합시다. 나 자신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그때는 이미 반동의 시대가 시작하였을 것이라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10년 후 그때, 여러분들 중의 많은 사람이, 그리고 솔직히 나 자신도, 바라고 희망했던 것들 중 과연 무엇이 성취되어 있을까요? 아마 '전혀 아무 것도'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거의 아무 것도 성취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럴 가능성은 매우 큽니다. 이것이 나를 완전히 좌절시키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러나 이것을 안다는 것은 물론 내적으로 부담스럽습니다. 아무튼 10년 후 그때, 여러분들 가운데 지금 자신을 진정한 라고 느끼며 이 혁명이라는 도취상태에 동참하고 있는 자들은 과연 ..
「피에르 부르디외가 『세계의 비참(La Misère du monde)』의 독자들에게 일깨우는 바, 아주 먼 옛날의 것이긴 하지만 지금도 유효한 히포크라테스 전통에 따르면 진정 효염 있는 치료약은 보이지 않는 질병 ― "환자들이 이에 대해 말하지 않거나 말하는 것을 잊어버린 사실들" ― 을 간파할 때 시작된다. 사회학의 경우 꼭 해야만 하는 일은 "외견상의 징후를 보고 이를 논의하여 결국 그 구조적 원인들을 왜곡하여 드러내는 경우를 밝혀내는 것이다." 우리는 "의심할 바 없이 이 크나큰 불행을(종종 격퇴했다는 주장을 하지만 그 정도로 기여는 못했던) 격퇴시켰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온갖 소소하고 잡다한 불행들이 전례 없이 급증할 조건들을 부여하는 사회적 공간들을 엄청나게 양산한 이 사회 질서에 특징적인 고통..
「저는 삶을 살아가면서 실수를 피하거나 목적지에 반드시 도달하게 만드는 '성공 보장 원칙' 따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설령 그에 대한 책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영구히 흰 여백의 페이지들로 가득해야 하고, 새로운 원칙들이 첨가될 수 있는 빈칸을 남겨두어야겠죠. 그리고 삶의 새로운 원칙들이란 분명 계속 변화하는 조건 속에서 끈질기고 지속적인 실천을 통해 떠오르는 것일 겁니다. 세계는 변하고 있고 계속해서 스스로를 변화에 맞춰 나갈 겁니다. 우리의 의도나 계획도 이 변화에 영향을 미치긴 할 겁니다. 하지만 개개인의 삶에 적용할 만한 원칙을 세우기도 전에 매우 빠르게 변화할 것입니다. 그러니 점이나 치면서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열심히 일합시다. 힘닿는 데까지 지치지 않고 해야 합니다. 계속 하세요. 계..
「요컨대 우리가 희망하는 것들의 실현가능성을 뒷받침해줄 그 어떤 확실성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무엇이든 그 일이 성공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인정받지 못합니다. 이것이 중요한 전제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희망하기를 멈추는 이유가 되지는 못합니다. 성공에 대한 보장이 없다고 하지만, 글쎄요, 우리가 삶에서 실천하는 것들 대부분이 성공에 대한 보장이 없는 것이지요. 또한 반드시 실패하고 말 것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실패나 패배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가 사라집니다. 우리는 늘 이런 실패의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야만 하죠. 또한 이것은 희망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성공에 대한 보장 없이도 우리는 무언가 희망해야 합니다. 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세계를 맹목적인 암흑의 세계라 단정 지을 때, 그 속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최고의 가치를 지닌다."* - 엘리아스 카네티, 『말의 양심』 중 「작가의 사명」 15/08/06 * 인디고 연구소(InK) 기획. (2014). 희망, 살아 있는 자의 의무: 지그문트 바우만 인터뷰. 서울: 궁리. 에서 재인용. 2015/08/05 - 역사는 사전에 기획될 수 없지만 새로운 싹은 자라고 있다 2015/07/26 - 이론적 희망은 희망일 뿐이지만, 근거 없는 희망을 추구해보고 또 다른 시도를 해봐야 한다 지그문트 바우만
아래는 지그문트 바우만이 김경만의 『담론과 해방』 초고를 읽고 보낸 편지. 「 김경만 귀하 나는 당신의 흥미로운 생각을 나와 나누려고 한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게 보내준 원고를 대단히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읽었습니다. 지식인들이 가진 사명감과 희망을 철학적으로 정초하려는 시도에 대한 당신의 비판은 그 완결성과 일관성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이 문제는 정말 수많은 세월 동안 나를 괴롭힌 문제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아무리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어도 결국 실패했습니다.(나의 어떻게 보면 완성되지 못한 결론은 최근 논문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그 논문[「Thinking in Dark Times」 in 『Liquid Life』]을 첨부합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나는 우리가 실천적 ..
「옛집은 내게서 더욱 멀어져갔고, 고향의 산천도 내게서 점점 멀어져갔지만, 그러나 나는 조금도 미련을 느끼지 않았다. 단지 사방으로 보이지 않는 높은 담에 둘러싸여 나 혼자 격리된 듯이 느껴졌고, 그러자 몹시 우울해졌다. 그 수박밭의 은목걸이를 한 작은 영웅의 영상도, 원래 그토록 선명하던 것이 갑자기 흐릿해졌고, 그러자 나는 몹시 슬퍼졌다. 어머니와 훙얼은 잠이 들었다. 나는 누운 채 배 밑바닥에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나는 나의 길을 가고 있는 중이라는 걸 깨달았다. 나는 생각했다. 나는 결국 룬투와 이 정도까지 격절되었지만, 우리의 후배들은 아직 한마음이다, 훙얼은 수이성을 그리워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희망한다. 그들은 더이상 나처럼, 사람들끼리 격절되지 않기를······ 그러나 나는 또한..
워보이의 천국과 구원이 저 하늘 위에 있지 않고 땅 위 여인의 품속이 있었듯이, 희망은 저 지평선 너머 어딘가에 있지 않고 바로 이곳 처절한 삶의 현장 속에 있었다. “You know hope is a mistake. If you can’t fix what’s broken, you’ll go insane.” (희망을 품는 것은 실수야. 망가진 것을 고치지 못하면 미쳐버릴 테니까.) - Max 15/05/15 * 영화 에서 2012/06/13 - 체념이 주는 희망 2012/12/15 - 희망과 절망
를 읽고 있다. 요즘 여기저기서 '희망'이니 '절망'이니 '멘붕'이니 '힐링'이니 하는데, 조선의 해군 사령관 이순신 앞에 놓였던 상황은 그야말로 참담하다. 관산의 달 아래 통곡하고 압록강 바람에 마음이 슬퍼지네 신하들이여! 오늘 이후에도 여전히 또다시 동과 서로 다투겠는가 (1593년 9월 15일) 관리들은 부패하고, 장교들은 무능하고, 백성은 굶어 죽거나 학살당하고, 징병을 하면 태반이 징역을 피해 도망가고, 전염병이 극성이고, 공사간의 재물은 탕진되고, 기껏 모아놓은 군량을 관에서 털어가고, 본인은 어깨에 총을 맞아 고름이 나오며 부서져라 아프고, 명나라 군사는 철수하고, 병사들은 싸우라 하면 도망치기 일쑤고, 조정의 대신들은 임금에게 상소해 백전백승하는 자기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고, 모함을 당해 ..
"희망이나 전망이 없이도 살아야 되는 게 삶이다. 그리고 그게 현실이기도 하다. 희망을 전제하지 않고 어떻게 사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나는 희망 없이도 역사가 가능하다고 본다. 오히려 헛된 희망이 인간을 타락시킨다. 인간은 헛된 희망 때문에 무지몽매해진다. 결정적으로 인간이 무지몽매해지는 것은 어설픈 희망 때문이다." - 김훈, 남재일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오직 내 몸에만 기대어 이 공허 속 어둔 밤에 육박해 들어간다. 설령 내 몸 밖의 청춘을 찾을 수 없다 해도, 결국 스스로 몸 속의 황혼도 던져버려야 하리라. 그러나 어둔 밤은 또 어디에 있는가? 지금은 별빛도 달빛도 없고 미소의 미망과 사랑의 춤도 없지만, 청년들은 참 평온하다. 그러나 게다가 내 앞에는 진정한 어둔 밤도 없다. 절망이 허망하..
별이 비가 오자 별빛 보내는 일을 멈추고 빗소리를 들으며 쉰다 사람에게서 꿈이 희미해지고 희망이 엷어지고 마음이 식어가는 것은 어쩌면 비가 오지 않고 별이 쉬지 않는 밤 더는 아름다운 별빛 하늘에 반짝이지 않고 더는 그늘진 사람들 별빛 받아 반짝일 수 없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12/11/26
3개월에 걸쳐 을 다 읽었다. 마지막 장에서 폴라니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자유란 공허한 말장난이며, 그저 인간과 그의 활동을 파멸시키도록 고안된 치명적 유혹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인간은 사회 실재의 현실에 대한 깨달음에 직면해서도 다시 자신의 자유를 내세우고, 도덕적 망상에 현혹되는 일 없이 자유를 사회 내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분투할 수 있을까? 이는 실로 우리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애간장을 태우는 질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폴라니는 에서 "영혼을 잃어버린 상태"가 죽음보다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죽음보다 못한 상태에 이르게 하는 병이 바로 '절망'이다(키에르케고르). 자유의 종말, 문명의 붕괴, 영혼의 상실.. 파시즘이 주는 절망 앞에 섰던 한 지식인의 고뇌가 느껴졌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를 기획하고 있을 때이다. 큐브릭 감독, SF 작가 클라크,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함께 만나 외계인의 모습을 어떻게 묘사할 것인가 토론했다고 한다. 큐브릭은 외계인의 모습이 인류와 닮았을 것이라 생각했고, 클라크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으며, 세이건은 기본적으로 클라크를 지지했다는데. 하지만 세이건은 인간과 다른 형태로 외계인을 표현하는 것에도 반대했다고 한다. 어떤 상상력을 발휘하건 그것은 '지구인'의 한계내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안한 해결책이 외계인을 영화에서 묘사하지 않는 것이었다고 한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는 혹시 대도가 이 땅위에 펼쳐지는 세상이라는 것도 내 상상력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 아닐까, 그것은 묘사할 수 없으며 묘사되지 않기에 그것을 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