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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념이 주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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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에 걸쳐 <거대한 전환>을 다 읽었다. 마지막 장에서 폴라니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자유란 공허한 말장난이며, 그저 인간과 그의 활동을 파멸시키도록 고안된 치명적 유혹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인간은 사회 실재의 현실에 대한 깨달음에 직면해서도 다시 자신의 자유를 내세우고, 도덕적 망상에 현혹되는 일 없이 자유를 사회 내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분투할 수 있을까? 이는 실로 우리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애간장을 태우는 질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폴라니는 <파시즘의 본질>에서 "영혼을 잃어버린 상태"가 죽음보다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죽음보다 못한 상태에 이르게 하는 병이 바로 '절망'이다(키에르케고르). 자유의 종말, 문명의 붕괴, 영혼의 상실.. 파시즘이 주는 절망 앞에 섰던 한 지식인의 고뇌가 느껴졌다. 

"체념은 항상 인간에게 힘과 새로운 희망의 샘이었다. 인간은 죽음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였고, 오히려 그것을 기초로 삼아 자신의 이승에서의 삶의 의미를 쌓아올리는 법을 배웠다. 인간은 자신의 영혼은 언젠가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 하지만 죽음보다 더 끔찍한 상태가 존재한다는 진리 앞에서 스스로를 체념했고, 그러한 진리를 자신의 자유의 기초로 삼은 것이다. 우리 시대에서 이제 인간은 사회 실재의 현실 앞에서 스스로 체념하게 되었으며, 이는 인간이 예전에 믿었던 모습의 자유가 종말을 고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렇게 가장 밑바닥의 체념을 받아들이게 되면 다시 새로운 생명이 솟구치게 된다."*

12/06/13

* 폴라니 지음, <거대한 전환: 우리 시대의 정치·경제적 기원>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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