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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개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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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보신탕을 전혀 못 먹는다고 했다. 깊은 상처 때문이다. A가 어린 시절, 개 잡는 일은 동네의 떠들썩한 구경거리였다고 한다. A는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개 한 마리를 때려잡는 것을 본다. 그런데 그 개가 A 집에서 키우던 개였던 것이다. 그 개는 A를 발견하고 애처로운 눈빛으로 A만을 죽을 때까지 바라보았다고 한다. A는 그때의 기억을 평생 잊지 못하고 있다. 친구들이 A를 속이고 개고기 수육을 먹인 적이 있었다. 그 사실을 알자마자 A는 그 자리에서 먹은 것을 모두 토해내고 말았다고 한다.

못된 친구들. 나는 직접 그 동네에서 개가 죽는 광경을 본 것 마냥, 알지도 못하는 한 개의 눈망울이 머릿속에서 오랜 시간 어른거렸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내면 세계와 외부 세계는 하나다. 동물을 잔인하게 대우하고 그것을 즐기는 마음만큼, 그만큼의 적대적이고 폭력적인 외부 세계가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닐까?'

간디는 어디에선가,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12/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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