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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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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를 읽고 있다. 요즘 여기저기서 '희망'이니 '절망'이니 '멘붕'이니 '힐링'이니 하는데, 조선의 해군 사령관 이순신 앞에 놓였던 상황은 그야말로 참담하다.

    관산의 달 아래 통곡하고
    압록강 바람에 마음이 슬퍼지네
    신하들이여! 오늘 이후에도
    여전히 또다시 동과 서로 다투겠는가
    (1593년 9월 15일)
    
관리들은 부패하고, 장교들은 무능하고, 백성은 굶어 죽거나 학살당하고, 징병을 하면 태반이 징역을 피해 도망가고, 전염병이 극성이고, 공사간의 재물은 탕진되고, 기껏 모아놓은 군량을 관에서 털어가고, 본인은 어깨에 총을 맞아 고름이 나오며 부서져라 아프고, 명나라 군사는 철수하고, 병사들은 싸우라 하면 도망치기 일쑤고, 조정의 대신들은 임금에게 상소해 백전백승하는 자기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고, 모함을 당해 전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파직되어 옥에 갇히고, 마침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후임 원균에 의해 자신이 육성한 해군이 철저히 궤멸당하고, 임금마저 아예 해군을 포기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하는 이런 상황. 희망을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는 상황. 일기에 적혀 있는 짤막한 한마디가 눈길을 끈다.

    도망하기 어려움.
    
희망이나 절망 타령은 없다. 오직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다.

    밖으로는 나라를 바로잡을 주춧돌 같은 인물이 없고 
    안으로는 계책을 세울 기둥 같은 인재가 없으니 
    더욱더 배를 만들고 무기를 다스리어 적들을 불리하게 하고 
    나는 그 편안함을 취하리라
    (1594년 11월 28일)
    
크리스마스의 고요하고 거룩한 밤, 나는 달빛 고운 밤이면 잠 못 이루고 밤을 새우던, 촛불을 밝히고 혼자 단정히 앉아 해야 할 일을 생각하다 때로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던 한 불세출의 무인이 남긴 일기를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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