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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페이스북에 가입한 적이 있다. 인연이 있었던 수많은 친구의 목록이 뜨는 것을 보고 그만 어지러워져 그날로 탈퇴 신청을 했다. 왜인지 나는 그 많은 친구와 갑자기 그토록 편리한 방식으로 관계 맺는 시늉을 할 수 없었다. 김창완 아저씨의 말처럼, 조금만 듣고 싶고, 조금만 알고 싶다. . . ―SNS를 왜 안 합니까. “나는 안 하는데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고 있어요. SNS가 세상의 일부로 완전히 체화됐어요. 나는 완전히 옛날 영감탱이가 됐어. 나는 모든 사람의 의견을 듣고 싶지 않아요. 또 모든 사람의 궁금증에 답해줄 능력도 용의도 없어요. 스마트폰에 카카오톡이란 걸 깔아본 적이 있어요. 라디오 끝나고 나오니까 갑자기 200명이 내 친구가 돼 있는 거예요. 그건 너무 부담스럽잖아요. 그래서 옛날 전화기로 ..
류의 책을 팔아 먹고 사는 사람에게 쌍욕을 날린 변영주 감독을 지지한다. x같은 것은 x같은 것이다. 때론 쌍욕이 아니고서는 적절히 표현할 길이 없는 심경이 있는 법이다. "제가 사회를 이렇게 만들었나요?" ― 이렇게 말하며 모욕감에 한숨도 못 잤다는 의 저자 김난도 교수도 이해한다. 타일러 더든이 말했듯, 자기계발서는 정신적인 자위행위다. 변영주 감독은 그러한 자기 연민이 "독약"이라고 지적했지만, 때론 자위라도 해야 살아갈 힘을 얻는 게 또 우리다. 야동을 제작해 팔아도 돈을 버는데, 김난도 교수가 청춘팔이로 자위 소스를 제공해 수십억을 벌었다 하여 그게 꼭 개쓰레기 짓은 아닌 것이다. 다만 김난도 교수의 반응은 좀 의외였긴 하다. 한 사람의 경지는 칭찬이나 모욕에 대한 반응에서 정확히 드러나는 법이..
오지않는 님 전화를 기다리며 뜬눈으로 지새던 밤 하늘, 달, 별, 바람, 풀벌레, 허공, 침묵― 친구들은 이미 다 내 곁에 와 놀자고 보채고 있었건만 무엇을 그리도 애타게 기다렸던지 보다 답답해진 달이 혼자 소주잔을 기울이던 밤 . . “나는 쉰 살이 넘어가면서 50년 묵은 내 우울을 떨쳐버렸는데, 그건 대단한 경험이 아니에요. 애인한테서 전화가 안 와서 짜증 내다 전화가 오는 것, 인생은 그런 건 줄로만 알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그 전화라는 게 원래 없는 거라는 걸 안 거예요. 언젠가는 전화가 오는 게 아니라. 그걸 알고 나서 우울을 벗어버렸죠.”* 12/09/28 * 김창완 아저씨의 말. , 2008년 12월호에서 봄. 산울림 -
「이 삶이라는 것이 매순간 완성돼야 하는 것이구나.. 삶을 완성시키는 것은 오랜 세월의 집적이 아니라, '찰나' 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흔히 행복을 또 사랑을 쟁취해야지 되고 우리가 가야할 어떤 도착점, 목적지로 생각하고 살기가 쉽지 않습니까? 근데 생각을 조금 뒤집어서 우리의 시작이 사랑이었다. 우리의 시작이 행복이었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이렇게 선택을 했어요. '순간에 산다'. 지금 내가 이 순간에 내 인생을 완성하겠다. 이런 태도로 사는 거거든요.」* . . . 「언제 제일 행복했냐고 물으면... 언제나 지금이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슬픈 현재나, 기쁜 현재나.」** 12/09/27 * EBS SPACE 공감, 를 부르기 전 김창완 아저씨가 한 말. ** EB..
「어느 날 벌떡 일어났어요. 자다가 말고. 너무 너무나 원통해서. 그게 한 서나 달 전쯤 될 거에요. 그때 벌떡 일어나서, '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내 동생만 데려갔지..' 이런 글을 써놓고 울다 잠이 들었는데 ... 날개는 제 형제들이 다 달아줬는데, 여러분들이 바람이 좀 돼주실래요? 고맙습니다.」* 12/09/26 * EBS SPACE 공감, 를 부르기 전 김창완 아저씨가 한 말. 산울림 - 아무도 없는 밤에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계동 1번지부터 시청 앞까지 쭉 걸어오면서 다 물어봤어요. 어른들한테. "아저씨, 왜 사세요?" "아줌마, 왜 살아요?" 꿀밤을 매기는 사람부터 쓸데없는 거 생각하지 말고 공부나 해. 너도 커보면 알아. 대부분의 대답이 그랬어요. 제가 이제 어린아이가 그렇게 물어본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하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러면서 얻은게 '인생은 답을 구하는 시기가 아니고 인생이라는 건 질문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가 보다.'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럼) 지구가 왜 도는지 한번 연주해보겠습니다.」* 12/09/25 * 중 김창완 아저씨가 한 말
정태춘 아저씨는 투사다. 치열하다. 김창완 아저씨는 개구쟁이다. 자유롭다. 정태춘 아저씨가 붓다라면, 김창완 아저씨는 장자다. 붓다가 뗏목을 타고 저 피안의 세계로 부지런히 노를 저어 간다면, 장자는 빈 배가 되어 그저 강물이 이끄는 대로 정처 없이 흐른다. 오늘은 정태춘 아저씨의 노래를 듣는다. 12/08/09 http://youtu.be/r8RmYpn_eDk
"사랑에 빠지는 사람을 보라. 그는 다시 어린아이가 된다. 사랑에 빠지는 이는 구부리고 휘는 법을 배우기 때문에 부드러워진다. 그러면 딱딱하게 굳은 것, 경직된 것, 두려움 등이 모두 사라진다." - 까비르 노자 할아버지도 살아 있는 것은 부드럽고 연약하다고 했던가. 12/08/05 산울림, http://youtu.be/10J6a03Hz6U
김광석이 부른 라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생각한다. '그녀를 만나 사랑하게 되어 정말 좋다는 것일까?' "너무 쉽게 변해가네"라고 외치는 후렴구가 늘 심상치 않게 들린다. 산울림의 노래 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의 화자는 그 누가 뭐라 해도 자기 갈 길을 가던 사람이었다면, 의 화자는 부르고픈 이름이 있고, 가보고픈 곳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녀와만 머물고 싶고(), 더는 별도 헤질 않는다(). 느낀 그대로를 말하고, 누가 뭐라든 가고 싶은 곳을 가며, 부르고픈 많은 이름을 마음껏 부르고, 밤마다 별을 헤아리며 살자. 그럴 때 새도 다시 날아오르리라. ― 는 메시지로 들린다. 위 노래가 나에게는. '적당히'가 또 떠오른다. 사랑과 자유 사이에도 균형이 필요한 것 같다.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