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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에서 성(誠)의 번역과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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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을 읽다 보면 늘 성(誠)의 정확한 번역어가 무엇인지가 궁금하다. 번역 판본마다 번역어가 다 다르다. 아예 번역을 안 하는 경우도 있고, '정성'이라고 번역하는 경우도 있고, '열렬함'이라고 번역하는 경우도 있고, '성실'이라고 번역하는 경우도 있고, '진실'이라고 번역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찾아보니 한 논문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유가철학에서 성(誠) 개념은 단순한 윤리적 품성 개념에 한정되지 않는다. 중용만 보더라도 성실함이나 정성됨을 넘어, '존재의 시작과 끝이며', '하늘의 도'로 묘사되고 있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성실'이나 '정성됨', '성심' 등으로 일정하게 번역하는 것은 왕왕히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 서양에서도 초기에는 단순히 'sincerity'라 번역하였으나 최근에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추세이고, 'truth', 'authenticity' 등이나 심지어 'realness'가 사용되기도 한다. 이외 'sense of truthfulness', 'wahrhaftigkeit', 'volkommenheit' 등이 사용되었다. 이런 번역은 다 문제가 있지만, 무반성적으로 단순히 성실이라 번역하는 것도 역시 문제가 된다. 적합한 번역어가 없으면 번역이 아니라 음역하는 것이 타당한데, 성의 형이상학적 측면과 윤리적 측면을 동시에 내포할 수 있는 적합한 번역어가 없으므로 ch'eng/cheng으로 음역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필자는 이미 오래전에 주돈이의 통서를 논하면서 ch'eng/cheng으로 표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우리 같은 한자 문화권에서는 ch'eng/cheng 대신 원어를 그냥 사용할 수 있기에 '誠'으로 표기한 것이다. 즉 본 논문에서 '誠'이나 번역어로서 '성심성의', '정섬됨' 등이 사용되었는데, 전자는 형이상학적 측면과 윤리적 측면을 모두 포괄하고 있는 경우리고, 후자는 원문에서 윤리적 품덕으로 사용되었거나 그 쪽으로 해석 될 수 있는 여지가 더 큰 경우이다.」*

한마디로 번역불가라는 말이다. 한편, 찾아본 다른 논문에서는 성(誠)의 의미를 다음의 세 가지로 꼽는다.

「첫째, '성'은 하늘과 땅의 구성원리를 의미한다. 즉 '순수하고 참된 존재'로서의 '지성'은 모든 혼잡하고 순간적인 존재자들을 '순수한 유'와 '순수한 무'로 분해시켜 '두텁고 넓은' 대지와 '높고 밝은' 하늘을 구성하여 모든 존재의 기초를 구성한다.

둘째, '성'은 '이룸'을 의미하는바, 이는 또한 천지가 만물과 인간을 낳고 하나의 우주생명을 구성해 나가는 과정을 가리킨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만물은 우주의 몸이고 인심은 우주의 마음이다.

셋째, '성' 개념은 인간 도덕과 사회생활의 기초인 '믿음'을 가리킨다. 공자는 『논어』에서 경제적 기초와 군사력, 그리고 백성의 믿음을 정치의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한다. 그 원인은 믿음이 있음으로 하여 비로소 사회의 도덕적인 질서가 확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용』에서도 솔직함과 성실함을 키우는 것이 "인간의 도"라고 규명한다.」**

한자 특유의 모호함 때문에 꿈보다 해몽인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나는 대체로 위의 주장을 받아들여 『중용』에서 성(誠)이라는 글자를 볼 때마다 '진실함', '성실함', '솔직함'의 뜻을 동시에 마음에 품기로 하였다. 기왕 해몽할 것이면 좋게 좋게.

14/02/02

* 김병환, <중용이전의 성(誠) 개념 연구>
** 원영호, <중용의 성(誠) 개념에 대한 생성론적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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