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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에서

모험러
미용실에 가는 길이었다. 느낌이 좋았다. 미용실에 들어가 앉았는데, 인도 계통 사람으로 보이는 외국인이 딸을 데리고 와 내 옆에 앉았다. 미용실 누님이(혼자 하는 미용실이다) "좀 기다리셔야 하는데요"라고 말했는데, 못 알아듣는 눈치였다. 나는 수줍음을 타 웬만해선 낯선이에게 말을 걸지 않는데(더군다나 외국인), 아 그런데, 딸이 너무 귀여워서 참을 수가 없어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혹시 한국말 할 줄 아세요?"
"(도리도리)"
"음.. She's so cute!"

그리고서는 마치 홀린 듯 나는 그와 한국의 장점, 단점, 문화부터 시작해 종교적 지혜와 물질주의와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이르기까지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대화를 나눴다. 내가 되도 않는 족보 없는 영어로 대충 단어만 던져 놓으면 그는 찰떡같이 알아듣고 이런저런 썰을 풀어놓았다. 그는 가족을 데리고 한국에 유학 와 있는 생물학을 전공하는 파키스탄인이었다. 대화하는 내내, 딸은 아빠 곁에 얌전히 앉아 차분한 눈으로 미용실 세상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녀는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나, 모든 것을 이루고 있었다. 무위(無爲)의 마법이었다.

1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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