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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와 도올, 도가의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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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자』, 『맹자』, 『순자』, 『대학』, 『학기』, 『중용』 등 유가의 경전들을 일별했다. 유가도 궁극에 이르면 결국 도가나 불가와 같은 진리의 세계에 들어서겠지만, 굳이 하나를 고르자면 나는 어쩔 수 없이 도가라는 생각을 했다. 도가는 자유롭고 유연하고 포용적이며 유머있고 여성성을 근본으로 남녀(음양)가 상생하는 도(道)다. 유가가 남성적이고 근엄하고 귀한 신분을 위한 도라면, 도가는 여성적이고 유쾌하고 광대와 상놈들을 위한 도다. 물론 유가라고 다 그런 건 아니다. 왕양명 선생을 보라. 양명학은 참으로 유가의 궁극이다. 

도올 선생의 주석들에 대해서도 한마디 해야겠다. 그의 번역은 박력있고, 논쟁적이고, 자세하고, 개성이 있어 흥미진진했다. 나는 그런 얌전하지 않은 번역이 좋다. 도올의 참신한 해석에서 많은 깨우침을 얻었다. 그러나 도올이 '내 해석이야말로 진짜 공자다!' 운운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진짜 공자가 어디 있는가? 그것도 도올의 '공자'일 뿐이다. 도올은 주자의 공자 해석을 자주 용렬하다며 비웃는다. 그러나 도올이 자신의 '공자'로 유학을 부흥시키고 유학을 중심으로 문명의 비전을 제시하고 싶은 욕심을 갖고 있듯이, 주희도 당시 똑같은 의도로 자신의 '공자'를 제시했을 뿐이다. 도올과 주희가 매우 다른 듯하지만, 또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다. 도올이나 주희나 굉장한 야심가다. 증점이 자신의 소망은 기수가에 놀러가 물놀이나 하고 노래나 부르는 것이라고 하자 공자가 찬탄한 구절을 둘 다 싫어하는 것도 매한가지다(정확히 말하면 주희는 싫어하고, 도올은 이 일화가 후대의 첨가라고 의심한다). 공자가 여성을 폄하하는 구절에서는 도올은 이것은 공자의 말일리 없다고 일축한다. 도올의 '공자'는 아마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나보다.

책 속의 성인을 부활시켜 무언가 거창한 이상과 법도를 제시하고자 하는 유학자들에 대해 나는 다음 『장자』의 말로 답변을 대신하고 싶다.

「환공이 마루 위에서 독서를 하는데
마루 아래서는 윤편(바퀴 기술자)이 바퀴를 만들고 있었다.
윤편은 망치와 끌을 놓고 올라가 환공에게 물었다.

"감히 묻습니다. 공께서 읽는 책을 무엇이라 합니까?"

환공이 답했다. "성인의 말씀이다."
윤편이 물었다. "성인이 있습니까?"
환공이 답했다. "이미 돌아가셨다."

윤편이 말했다.

"그러면 군주께서 읽은 책들은 죽은 사람의 시체일 뿐입니다."

환공이 말했다.

"과인이 독서를 하는데 공돌이 따위가 어찌 용훼하는가? 나를 설득하면 좋지만 설득하지 못하면 죽일 것이다."

윤편이 말했다.

"신복합니다. 신이 하는 일로 본다면 바퀴를 깍는데 느슨하게 하면 헐거워 견고하지 못하고, 단단히 조이면 빡빡하여 들어가지 않습니다. 느슨하지도 않고 빡빡하지도 않게 하는 것은 손으로 얻어지고 마음으로 감응할 수 있을 뿐 입으로는 말할 수 없습니다.

이치란 그런 사이에서 생기는 것입니다. 신도 신의 아들놈에게 가르쳐줄 수 없고, 신의 아들 역시 신에게서 물려받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칠십 년을 일하며 늙었으나 아직도 수레를 깎고 있는 것입니다. 옛사람도 전하지 못하고 모두 죽었습니다. 그런즉 군주께서 읽는 책들은 죽은 사람의 시체일 뿐입니다."」*

- 장자, 「천도」

「예의와 법도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변하는 것이다. 만약 원숭이에게 주공의 옷을 입힌다면 원숭이는 반드시 물어뜯고 찢어버려야만 만족할 것이다. 옛날과 오늘날이 다른 것은 원숭이가 주공과 다른 것과 비슷하다.」*

- 장자, 「천운」

「(공자가 인의仁義를 운운하자 노담이 답하길)
샘물이 말라 고기들이 모두 뭍으로 나가 서로 물기를 끼얹고 거품으로 적셔주는 것은, 강과 바다에서 서로 잊고 모른 척하는 것만 못할 것이오.」*

- 장자,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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