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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학이 불학과 도학과의 경쟁에서 밀리던 유학을 구원하고 지식인들을 사로잡은 것은 단순히 이기론과 같은 형이상학을 이론에 도입해서가 아니라, 수행법을 도입해서가 아닐까?

신유학을 집대성했다고 할 수 있는 주희는 19세 때 진사에 급재했는데 그때에도 불교에 심취해있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24세 때 연편선생이라고 불리는 이통을 만난다. 이통은 이후 유가의 핵심 수행법이 되는 '정좌'를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정좌를 통해 『중용』에서 말하는 희노애락이 발생하기 이전 상태인 "중中"에 거하여 천리를 체득하는 것이다. 이통은 정좌 수행을 하며 산전에 퇴거하면서 세상과의 인연을 멀리하고 40여 년 동안을 가난한 생활을 즐기며 속박없이 조용하고 편안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세속과의 인연은 끊었지만 배우러 찾아오는 학생들에게는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주고 질문에는 성심껏 대답해주었다고 한다.*

주희는 이통 선생을 만나고 불학을 버리고 유학을 품게 된다. 그런데 이통은 사람됨이 소박하고 중후해서 말을 별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주희가 어떤 거창한 논리를 듣고 불학에서 유학으로 선외한 것은 아닐 것이다. 모르긴 모르되, 이통 선생이 수십 년 쌓아올린 수행의 경지가 주희를 감화시켰던 것이 아닐까? 유자(儒者) 중에서도 선승이나 도사 못지않은 경지의 사람이 있음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던 감격이 있지 않았을까? 느낌이 언제나 먼저고, 논리는 그다음이다.

13/08/23

* 도올 김용옥, <논어한글역주>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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