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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모험러
「정무 보는 곳 서남쪽 100리 밖에 푸른 장막이 드리운 듯한 것은 바로 호남과 영남 아홉 고을에 웅거하여 도사린 산인데 그 이름은 지리산입니다. 『황여고』에 이르기를 천하에 신선이 산다는 산이 여덟 있는데, 그 중 하나이지요.

나날이 지리산을 대하고 있노라면, 그 푸르른 장막을 드리운 것이 문득 변하여 푸른 도자기 빛이 되고, 또 얼마 안 가서 문득 파란 쪽빛이 되지요. 석양이 비스듬히 비추면 그 빛이 또 변하여 반짝이는 은빛이 되었다가, 황금빛 구름과 수은빛 안개가 산허리를 감싸, 수만 송이 연꽃으로 변하여 하늘거리는 광경이 깃발들이 나부끼는 것 같으니, 신선이나 은군자가 무거를 열어젖히고 하대를 휘날리면서, 단아하게 그 사이를 출몰하는 게 아닌가 의심하였답니다. 

바라노니 그대는 흥이 나면 한번 찾아와, 이 동산에 가득 찬 죽순을 나물로 데쳐 먹고 개천에 가득한 은어를 회 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며, 맑은 못의 곡수 위에 참말로 술잔을 띄워 흘려 보시지요. 그러면 진나라 제현의 풍류만 못하지 않을 것이며, 계축년의 수계를 저버리지 않는다면 참으로 즐거움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 연암 박지원, <연암집>, '공작관문고'에서 발췌,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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