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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위한다는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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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자기만 생각하잖아! 자고로 학문하는 사람은 민중을 사랑하고 널리 남을 이롭게 하기 위한 공부를 해야지!'라는 비판에, 이탁오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당신이 하는 것을 보면, 특별히 다른 사람과 차이 나는 것도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고, 나 역시 그렇고, 당신 또한 그렇습니다. 편안하게 살기 위해 집 구하러 다니고, 직장을 잡으려고 공부를 하고, 지위를 높여보고자 일을 하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먹고 살기 위해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을 합니다. 

날마다 하는 모든 것이 자기 자신을 위해 계획하고 염려하는 것일 뿐, 남을 위해서 생각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꼭 입을 열어 학문을 논할 때만 '너는 자기를 위하지 말아야 하고 타인을 위해야 한다'고 합니다. '너는 자기 자신을 이롭게 하려고 하지만, 나는 남에게 이익이 되려 한다'고 합니다. '나는 동쪽 집이 굶주리는 것을 가련히 여기고, 서쪽 집이 참을 수 없는 추위에 떠는 것을 걱정한다'고 합니다. 누구누구는 공자·맹자의 뜻을 따르는 부류요, 누구누구는 자기만을 위하는 부류라고 단정 짓습니다. 

그러나 내가 당신을 살펴본 바로는, 당신은 사실 도를 전하겠다는 뜻도 없고, 도를 중시하는 마음을 가진 적도 없습니다. 당신의 그 '도'를 과연 누가 따르고 있으며, 또 누가 당신의 도를 이어받고 있습니까? 

당신은 당신의 학문을 성인의 학문이라고 하고 나의 학문을 이단의 학문이라고 주장하는데, 인정할 수 없습니다."*

나는 이탁오 선생의 따끔한 말을 듣고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나는 그만 모골이 송연해져 책을 읽다 말고 자세를 바로 했다. 아, 얼마나 나도 입만 살아 나불거렸던가. 두려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13/04/17

* 신용철, <공자의 천하, 중국을 뒤흔든 자유인 이탁오>에서 발췌, 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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