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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
「동자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하기를,

"예전에 스승님께서 제 정수리를 쓰다듬으며 저에게 오계를 내리셨고 저의 법명을 지어 주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스승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름은 곧 내가 아니요, 나는 바로 저 공이다' 하셨습니다. 공이란 곧 형체가 없는 것이니 이름이 있다 한들 장차 어디에다 쓰오리까. 청컨대 그 이름을 돌려 드리겠습니다."

하니, 대사가,

"너는 공순히 받아서 고이 보내라. 내가 60년 동안 세상을 보았는데 어떠한 사물이든 머물러 있는 것이 없이 모두가 도도하게 흘러간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그 바퀴를 멈추지 않으니, 내일의 해는 오늘의 해가 아니다. 그러므로 '미리 헤아린다'는 것은 '거스르는' 것이요, '붙잡는다'는 것은 '억지로 애쓰는' 것이요, '흘려보낸다'는 것은 '순응하는' 것이다. 너는 마음속에 머물러 두지 말고 기운이 막힘이 없도록 하라. 명에 순응하여 명으로써 나를 보고 , 이(理)에 따라 돌려보내어서 이(理)로써 사물을 보면, 흐르는 물이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이는 곳에 있을 것이요 흰구름이 일어날 것이다."」*

13/05/01

* 연암 박지원, <연암집>의 '관재기'에서 발췌,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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