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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장, 명구절

이순신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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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에는 중요한 순간마다 점을 치거나 꿈을 꾼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 귀신처럼 들어맞는 것 같다는 것이다. 원균에 의해 궤멸되고 남은 13척의 전선으로 왜선 133척과 싸워야 하는 전날 밤이었다. 이날 이순신은 장병들 앞에서 "죽으려 하면 반드시 살고 살기를 바라면 반드시 죽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다. 그날 밤 이순신은 꿈을 꾼다. 꿈에서 신인(神人)이 나타나 어떻게 하면 이기고 어떻게 하면 지는지 작전을 알려준다. 그리고 이순신은 다음날 명량해전에서 대승을 거둔다. 일본군은 명량해전에서 대패한 후 보복으로 이순신의 고향을 습격한다. 대항하던 이순신의 막내아들 면이 전사한다. 그리고 이순신은 면이 죽었음을 암시하는 꿈을 꾼다. 그 꿈을 꾼 날, 

「저녁에 어떤 사람이 천안에서 와서 집안 편지를 전하는데, 봉함을 뜯기도 전에 뼈와 살이 먼저 떨리고 마음이 조급하고 어지러웠다. 대충 겉봉을 펴서 열이 쓴 글씨를 보니, 겉면에 '통곡' 두 글자가 씌어 있어서 면이 전사했음을 알고 나도 모르게 간담이 떨어져 목 놓아 통곡하였다. 하늘이 어찌 이다지도 인자하지 못하신고. 간담이 타고 찢어지는 듯하다. 내가 죽고 네가 사는 것이 이치에 마땅하거늘, 네가 죽고 내가 살았으니, 이런 어긋난 이치가 어디 있겠는가. 천지가 캄캄하고 해조차도 빛이 변했구나. 슬프다, 내 아들아!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갔느냐. 영특한 기질이 남달라서 하늘이 이 세상에 머물러 두지 않는 것이냐. 내가 지은 죄 때문에 화가 네 몸에 미친 것이냐. 이제 내가 세상에 살아 있은들 누구에게 의지할 것인가. 너를 따라 죽어 지하에서 함께 지내고 함께 울고 싶건만, 네 형, 네 누이, 네 어미가 의지할 곳이 없어 아직은 참고 연명한다마는 내 마음은 죽고 형상만 남은 채 부르짖어 통곡할 따름이다. 하룻밤 지내기가 한 해를 지내는 것 같구나. 이날 밤 이경에 비가 내렸다.」*

12/12/26

* 이순신, <난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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