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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주의자들이 진심으로 진보를 믿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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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허구를 꿰뚫어보기 위해서는 근대와 화해하고 지난 250년이 비극적 실수가 아니었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지만, 적어도 총체적으로 봤을 때 근대를 끝장내고 후진해 향수 젖은 과거로 되돌아가는 일은 잘못임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갈 수도 있다. 근대와의 화해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긍정적으로 포용하는 일을 수반한다. 그것은 두 가지가 단순한 필요악이 아니라 그 자체의 가치 구조와 도덕 기반을 갖춘 정치·경제의 조직체계로서 이런 체계보다 일정한 장점을 지님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시장에 등을 돌리는 일은 옳지 않다. 또한 분노와 억압으로 고통받던 수많은 이들의 숨통을 터준 권리와 자유를 해치는 사회질서를 완벽한 것으로 이상화하며 갈망해서도 안 된다.


지난 몇 년간 진정성 찾기는 선의를 지닌 수백만 명을 속여 죄와 배신의 길로 인도했다. 그것은 인간이 당연히 자유, 지식, 힘을 남용해 자멸을 자초할 것이라는 인간불신의 죄였다. 그리고 지난 250년간 인류의 진보에 활기와 희망을 불어넣은 근대와 자유주의 이상에 대한 배신이었다.


요즘 '진보'라는 용어는 주로 진지한 척하거나 아니면 빈정대려는 사람들이 쓰는 고책창연한 용어가 됐다. 그러나 어쩌면 진보 개념을 재활시킬 때가 온 건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무조건 좋아진다는 눈먼 신념이 아니라, 인류가 장애물을 만나도 이성과 창의력과 선의로 해결할 수 있다는 소박한 믿음 말이다. 진보에 대한 믿음은 바로 인류에 대한 믿음이다. 우리가 진짜 향수를 품어야 할 시절은 자칭 '진보주의자'들이 진심으로 진보를 믿었던 시절이다. 그랬던 그들이 너무 오랫동안 무력한 철학에 젖어 사회정의와 정신적 안녕 도모에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 질문을 언제 그만둘지 아는 것이 철학하기의 요령이라 했다. 진정성 찾기의 역설은 찾아 헤매기를 그단두는 일이야말로 진짜 원하는 것을 찾을 유일한 길일 수 있다는 데 있다.」*


16/06/14


* 앤드류 포터, <진정성이라는 거짓말: 진정한 나를 찾다가 길을 잃고 헤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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