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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의 말 본문

명문장, 명구절

비트겐슈타인의 말

모험러

"우리는 모두 감옥에 갇힌 죄수다. 그 감옥이라는 건 자신의 감성과 특유의 사고방식이다. 자신의 감성이 받아들인 것을 있는 그대로의 세계라 굳게 믿는 것이다. 다른 사람도 자신의 편향된 사고방식과 비슷한 사고방식을 갖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며, 털끝만큼의 의심도 하지 않는다."


"타인의 아주 작은 상처나 사소한 잘못을 망원경으로 보고 너무 크다고 말하지 마라. 반대로 거꾸로 잡은 망원경으로 자신의 잘못을 보며 별거 아닌 사소한 것이라 말하지 마라."


"신념, 희망, 기대. 이 말들은 각기 다르지만 어딘가 닮아 있다. 이 세 가지 말 가운데 하나라도 사용하는 사람은 어떤 장벽에 갇힌 상황에 있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먼 곳에서 새어 들어오는 희미한 빛을 계속 응시하여, 언젠가 그곳을 통해 바깥 세계로 가기를 바란다."


"당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앞으로도 살아간다면 세계도 지금까지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당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바꾼다면 그에 따라서 세계도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것이고 더욱 커질 것이다. 당신과 세계는 별개로 존재하지 않는다. 또 어떤 단단한 세계의 단편에 당신이 놓여 있는 것도 아니다. 당신 자신이 바로 당신의 세계다. 그리고 그곳에 당신은 살고 있다. 따라서 당신이 살아가는 방식으로 당신의 세계는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다. 사실, 당신 자신이 하나의 소우주다."


"인생은 부조리해 보인다. 인생은 언제나 애매하고 앞날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불쑥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도에 없는 굽이지고 어두운 길 같다. 그 길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분명하지 않다. 그렇다 해도 인생은 카오스가 아니다. 부조리가 인생의 실체도 아니다. 그것이 부조리해 보이는 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신비로운 심오함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숙연히 알아차렸을 때, 인생은 신성한 것이 된다."


"기차놀이 중 선두에 선 아이는 증기기관차 흉내를 낸다. 물론 그 아이가 실제 증기기관차는 아니지만, 증기기관차라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이해할 때 비로소 성립하는 놀이다. 세상의 어른들도 아이들과 다를 바 없다. 부장, 리더, 종교가, 교사, 미인, 시인, 작가, 노동자, 예술가···. 우리는 각자가 각자를 제각각 이해하는 아주 짧은 놀이를 이어가고 있다."


"자신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어떤 경향의 사고방식만 끊임없이 맴돌고, 그 때문에 늘 대동소이한 결론을 내놓는다. 이는 마치 편식하는 사람과 같다. 습관을 반복하기만 하면 다른 요리의 맛, 다른 견해,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이 있다는 걸 모른다. 이런 사람은 완고하고 의지가 강한 듯 보이지만, 그저 게으른 자이거나 겁쟁이거나 소심한 사람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믿음을 무너뜨리기란 매우 어렵다. 신념을 가진 사람, 그것만이 옳다고 믿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사람도 자신의 신체 감각에 대해서는 때때로 신용하지 않는다. 감각 따위는 신용할 만한 게 아니라 생각한다.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신체 감각이 자신의 신념보다도 훨씬 사실에 가까운 것일진대."


"누군가의 가치관이나 선악의 기준을 알고 싶다면, 그 사람에게 질문하는 것보다 훨씬 간단하고 정확한 방법이 있다. 그것은 그 사람이 무엇에 대해 자주 미소 짓는지 눈여겨보는 것이다. 무엇에 대해 어떻게 행동하는가. 어떤 것이 좋아 손아귀에 넣는지, 늘 먹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것을 물끄러미 응시하는지, 무엇에 마음이 빼앗기는지. 그 사람의 행동 전부가 그 자신을 표현한다."


"천재는 빛을 가진 사람이다. 보통 사람들도 역시 빛을 갖고 있다. 그 빛의 양과 질은 천재든 보통 사람이든 완전히 같다. 그러나 천재는 돋보기로 그 빛을 한 점에 집중시켜, 눈부신 광선으로 만들 수 있다."


"과학이 자연이나 인간을 해명한다고 진심으로 믿는 사람은, 결국 매너리즘에 빠질 것이다. 자연의 성립이나 조합이 전부 과학에 의해 설명된다고 무턱대고 믿지만, 그 이치는 잘 이해할 수 없다. 그저 틀림없이 그럴 것이라 굳게 믿을 뿐, 스스로 생각하지도 느끼지도 않게 되어 모든 일이 지루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더 이상 자연 현상에 놀라지 않는다. 신비에 감동하지도 않는다. 결국 두려움도 경외심도 모두 잃어버린다. 끝내는 인간에 대해서도 흥미를 잃고, 살아가는 것조차 내키지 않게 된다."


"매너리즘에 빠진 일상에 신물이 난 우리는, 어딘가 먼 곳으로 가면 특별하고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인생에 큰 의미가 될 체험이 어딘가에 있다고 꿈꾼다. 그러나 타인이 일상을 사는 다른 장소로 갈 필요는 없다. 진정한 수수께끼는 우리의 일상 속에 가득 채워져 있기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손쉽게 지나가는 매일의 생활 속에 인생과 세계의 깊이가 감춰져 있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 우리의 일상은 완연히 달라지고 모든 것이 새로워진다."


"태양열과 깨끗한 물, 그리고 빛이 충분히 내리쬘 때 비로소 싹이 돋는다. 빨리 성장시키기 위해서 힘으로 잡아당겨봤자 싹이 돋기는커녕 오히려 죽고 만다. 다른 것들도 이와 같다."


"이 세계가 너무도 형편없기에 바꾸고 싶은가. 이 세계를 좀 더 따뜻한 세계로, 좀 더 신선하고 생기 있는, 그리고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고 싶은가. 이를 위해 전쟁이나 혁명, 유혈이 필요한가. 아니, 그렇지 않다. 세계를 바꾸고 싶다면 자기 자신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면 달라진 자신과 동시에 세계도 모습을 바꾼다. 그리고 당신이 행복하게 살면, 세계는 한층 커지고 빛날 것이다."


15/11/04


*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2015). 비트겐슈타인의 말. (시라토리 하루히코, Ed., 박재현, Trans.). 인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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