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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의 세계는 실천의 세계를 대체할 수 없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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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의 세계는 실천의 세계를 대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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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비로소 콜린스와 나와의 차이를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해방이론가들의 상징적 창조물인 '해방 개념'은 비판이론가들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서 오랫동안 발전되어왔고, 해방의 가능성은 이론가들이 만들어낸 문제공간에서 커다란 흥분과 감정적 에너지를 가지고 논의되어왔으며, 그런 의미에서 그 개념은 그 자체의 생명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콜린스가 오해한 것과 다르게, 나는 이 개념이 탄생된 문제 영역 내부에서는 지적으로 중요하고 흥미로운 개념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콜린스는 이런 해방 개념이 지식인들의 문제공간 영역을 벗어났을 때 과연 그것이 문제공간 내부에서 획득한 '중요성'과 '적절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내가 『담론과 해방』에서 주장하고자 한 것은 이들 이론가들이 '마치' 자신들의 상징적 창조물인 '해방 개념'이 그것을 창출해낸 문제공간의 경계를 '넘었을 때조차도' 타당성을 가질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다. 이론가들이 가정하듯이, 이론적 개념들은 아무런 문제 없이 행위자들의 세계로 이식될 수 있을까? 지식인들의 문제공간 내부만을 연구한 콜린스의 연구와 다르게 『담론과 해방』은 지식인들의 문제공간에서 창출된 이론적 실재를 행위자들이 옳다고 믿는 실재와 접합시키려 할 때 나타나는 해석학적 매개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담론과 해방』은 비판이론가들이 주장한 바와는 반대로, 지식인들의 문제공간은 일상인들의 생활세계와 유리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지식인들의 문제공간은 결국 내가 '대리적 사고공간'이라고 부른 공간으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결론 내린다. 대리적 사고공간이 의미하는 것은 좀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대리적이란 말은 무엇을 대체한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말이다. 그렇다면 이론가들의 지적 작업공간, 예를 들면 콜린스의 문제공간은 무엇을 '대체'하는가? 이 공간은 바로 이론을 통해서는 결코 접근할 수 없는 실천의 세계를 대체한다. 내가 『담론과 해방』에서 주장했듯이, 이론의 세계와 실천의 세계를 해석학적으로 매개할 수 없었던 이론가들은 실천을 대체할 수 있다고 믿어온 '대리적 사고공간'에서의 논쟁을 통해서 그들의 지적 이해관계를 만족시키고, 증진시켜 온 것이다.」*


15/08/03


* 김경만. (2005). 담론과 해방: 비판이론의 해부. 서울: 궁리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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