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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과 소비의 공동체

모험러

「스피드숍이 일과 여가 사이의 갈등에 대해, 또 일과 여가가 결합된 인생으로 서서히 나아가는 방법에 대해 무엇인가 가르쳐줄 수 있을까? 직업 공동체와 겹치는 것이 바로 소비 공동체다. 두 영역은 각 구성원의 삶 속에서 겹쳐지며, 스피드숍은 이렇게 겹쳐진 부분이 사회적인 것이 되는 장소다. 가게에서 일하는 직원들 중 자동차광이 아닌 사람은 없고, 찾아오는 고객들 중 자기 차의 기본적인 사항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없다. 그들은 심지어 서로의 엔진에 관한 세세한 사항까지 알고 있다. 스피드숍에서 일하는 기계 수리공은 수년 동안 똑같은 크랭크축을 여러 번 봤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크랭크축에 달린 평형추에 유성 연필이나 펜으로 적어놓았던 것을 알아보고, 매번 다시 조립할 때마다 작업일지를 다듬고 베어링 허용오차를 기록할 것이다. 그는 주말에 똑같은 모터가 파열되는 것을 보고, 다른 길이의 커넥팅로드(connecting rod)로 실험을 해보자고 결심할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들이 함께 경험을 쌓아가는 공동의 변증법을 통해 지식을 늘려간다. 변증법은 사람들 사이뿐 아니라 반복되는 절차 사이에도 있다. 물건을 고장 내면, 그것을 분해하고 확실히 이해가 될 때까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배운다. 여기서는 일과 여가 모두 기본적으로 인간적인 특성을 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이성적 활동에 자리잡는다. 이 활동은 특정한 생활 방식에서 보면 좋은 것, 즉 속도를 향해 있다. 이 주인을 위해 일하는 것은 공동체에 들어가는 일이자 버기 하우스 앞에서 배웠던 것처럼 연장자에게 받는 훈련에 마음을 여는 일이다. 바로 이것이 결속이다. 


내 생각에 노동이 '소외되었는지' 아닌지의 문제는 그 일이 제공하는 지각의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마르크스는 우리가 "인간 종의 특징"을 실현하는 것은 일을 통해서라고 주장하는데, 인간만의 특징은 우리가 이성적이면서 사회적인 존재라는 데 있다. 마르크스가 보기에는 우리가 한 노동의 생산물이 다른 사람의 사유재산이 될 때, 결과적으로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서 소외된다. 왜냐하면 이 노동의 생산물은 개개인의 가장 인간적인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 역설적이게도 이제 노동자들의 허위의식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는 것은 국제자본의 엘리트 관리 계급이다. 국가라는 개념은 노동자에게 여전히 어느 정도 통제력을 갖는다(예를 들어 손쉬운 이민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라). 하지만 이제는 정치적인 경계로 인한 노동 시장의 '비능률'(즉, 높은 임금)을 해소하기 위해 자본가들이 나서서 "전 세계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를 외치고 있다. 한때 이 구호는 흩어져 있기 때문에 더 쉽게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의 조직을 결성하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제는 구별되지 않기에 쉽사리 착취할 수 있는 '인적자원'에 대한 욕구를 나타낸다. 그리고 이러한 의도는 다문화주의의 너그러운 도덕적 위신을 동반하기 때문에, 예전 좌파에서 자신의 지지자를 찾아낸다. 이제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은 스시를 먹고 브라질 여자친구를 사귀는 세계시민으로서 자랑할 만한 새로운 정체성을 얻는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이 국가를 대표하는 특성을 잃어버리면 노동자들은 무엇을 얻는가? 예들 들어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아무도 모르는 부품으로 자동차를 조립한다면 '롤스로이스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갖기가 어려워진다.


하나의 해결책은 틈새에서 일자리 찾기다. 즉, 인간적인 규모를 지닌, 직접 얼굴을 맞대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곳의 시장 원리 아래에서 일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스피드숍이 제공하는 것이다. 스피드숍은 상품을 사용하는 공동체 안에 존재하는 제작과 수리의 공동체다. 이는 먼 곳에 있는 투자자의 흥미를 돋을 정도로 '규모 있는' 사업은 아니다. 물론 이 행복한 현장을 뒤엎고 '세계적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이도 있겠지만 말이다.」*


15/04/19


* 매튜 크로포드. (2010). 모터사이클 필로소피: 손으로 생각하기. (정희은, Trans.). 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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