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러의 책방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본문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사물은 규칙적인 실천의 영역에서 씨름하는 것들이다. 하이데거는 우리가 망치를 쳐다봄으로써가 아니라 손에 쥐고 사용함으로써 알게 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에게 이 말은 세상 전반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적용되는 핵심이다. 하이데거가 보기에 사물을 '있는 그대로' 알아야 한다는 강박은 잘못된 것이다. 이 강박은 우리의 실제 경험과 달리 주체와 객체의 이분법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물이 실제로 우리의 '눈에 띌' 때, 그것은 배경 상황 없는 단순한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세속적인 상황 속에서 어떤 행동을 위한 장비(망치)로서나 행동으로의 유도(매혹적인 사람)로서 드러난다. 일반적인 인식론에 뿌리를 둔 인지과학의 중심 문제 중 하나는, 마음과 세상이 완전히 별개라고 생각하고 마음이 어떻게 세상을 재현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세상을 재현하는 데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본다. 세상은 처음부터 우리가 그 안에 들어가 있고 그 일부를 구성하는 것으로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적인 인식이 상황적이라는 하이데거의 통찰은 소방관이나 정비사의 지식처럼 원래부터 특정한 상황에 놓인 전문지식을 새롭게 조명한다.
만일 사고가 행동에 의존한다면 세상을 적절히 지적으로 이해하는 일은 세상 속에서 무엇을 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것이 현실이다. 신발끈에 대해 제대로 알려면 끈을 묶어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아버지처럼 수학 이론 속 끈의 특성을 신발끈에 적용해서, 특정한 재질에 상관없이 이중 매듭을 한 번에 풀 수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가정하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주: 심지어 매일같이 진짜 신발끈을 다루는 사람도 이런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이것은 경험을 왜곡하는, 아니 아예 대체하는 추상 작용의 힘을 보여준다.) 경제학자 앨런 블라인더와 프랭크 레비는 점점 커지는 전 지구적 노동 시장에서, 어떤 직업들은 원래 특정 상황에 처해 있고, 정해진 규칙을 따르기로 단순화할 수 없다는 사실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나는 내 경험을 통해 수리물리학자의 사고방식이 낡은 차에는 어울리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방법에 대한 실제적인 지식이 왜 완전하게 형식화될 수 없고 본질적으로 규칙을 따르지 않는지를 좀 더 자세히 생각해보자.」*
"We think in generalities, but we live in detail."
(우리는 일반화하여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구체의 세계에 살고 있다.)
- 화이트헤드
15/04/17
* 매튜 크로포드. (2010). 모터사이클 필로소피: 손으로 생각하기. (정희은, Trans.). 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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