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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맹무백이 효도에 관해 묻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부모가 오직 그의 질병에 대해서만 걱정하는 것입니다."(위정/6) 「이것은 그가 효도를 의무의 각도에서 파악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과도 자연스럽게 연관된다. 논어에 있어서 효도에 대한 언급은 도무지 가부장적 권위를 동반하고 있지 않다. 효도는 단지 자식된 자가 부모와의 관계에 있어서 자신의 인격적 완성을 구현하는 것일 뿐이었다. 안인(安人), 즉 남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논어세계에 있어서 지고의 목표라 한다면, 가족이라는 가장 기초적이고도 중추적인 사회에 있어서 자식에 대한 부모의 걱정을 최소화하는 것은 가부장적 권위에 기초한 의무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에 중심을 둔 수기(修己)의 일환인 것이다. 유교의 발전 과정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났지만 부모와의 ..
실제로 공자가 뭐라 말했든, 논어의 삼년상 대화가 위작이든 아니든, 삼년상을 고집하는 논어의 단편을 논어의 핵심 정신에 위배되는 것으로 보고 배척하는 견해를 지지한다. 「양화/21에서 재아는 삼년상을 일년상으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었다가 공자로부터 어질지 못하다는 평을 듣는다. 그러나 이 단편은 공자 사후 예법논쟁이 벌어졌을 때, 삼년상을 옹호하는 측이 일년상 주장자들을 공격하기 위해 재아를 등장시켜 엮은 각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비록 문맥에 세밀한 고려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논어에는 오히려 이처럼 세밀한 손질이 가해진 단편일수록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재아의 물음은 스승과의 대화에 사용한 표현치고는 지나치게 공들인 문어체이고, 특히 "여는 어질지가 못하구나" 하는 표현은 공자가 어질다..
「맹자는 당대의 사상가들과 논쟁을 자주 했는데, 여기서도 그의 초점이 폭력적인 군주와 왕가를 윤리적으로 순치하는 데 맞춰져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 상대적일 수밖에 없는 논쟁의 언어만 따라가다보면 그의 본지를 놓치기 쉽다. 예를 들어 양주(개인 강조), 묵적(사회결사체 강조)에 맞서 효제를 내세우는 맹자의 모습은 얼핏 현대 감각과 동떨어진 구식 친족주의자로 비칠지 모른다. 그러나 효제를 시종 옹호했던 맹자의 뜻이 무엇을 향하고 있었는지는 『맹자』 전편의 흐름을 볼 때 명확해진다. 맹자의 핵심은 당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전쟁군주들 앞에서 펼쳐놓은, 보통 사람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용기 있는 비판과 경고에 있다. 주권의 폭력성과 자의성을 억제하고 순치하는 데에서는, 얼핏 훨씬 더 현대적으로 ..
― 예컨대 이제 부모에게는 마땅히 효도해야 하고 형제자매와 다른 사람에게는 마땅히 공손해야 한다는 것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이 도리어 효도하지 못하고 공손하지 못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으로 보아 지와 행은 서로 다른 것 아닙니까? 양명이 답하길, "가령 아무개가 효도를 알고 아무개가 공손함을 안다고 말할 경우도 반드시 그 사람이 이미 효도를 행하고 공손함을 행해야만 비로소 그가 효도를 알고 공손함을 안다고 말할 수 있다. 단지 효도와 공손함에 대해 말할 줄 안다고 해서 효도와 공손함을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또한 아픔을 안다고 할 경우 반드시 자기가 이미 아픔을 겪어야만 비로소 아픔을 안다고 할 수 있으며, 추위를 안다는 것도 반드시 자기가 이미 추위를 겪었어야 하며, 배고픔을 안다는 것도 반드시 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