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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도로타?""네, 레인마르?""바로 여기 오와바 근처 스트르젤린 도로에서.. 우리가 3년 전 여름에 만났을 때.. 당신은 세상으로 나가려고 했었죠. 브로츠와프만 가면 된다고. 일하러... 근데 당신은 그리 멀리 가지 못했군요..""난 브로츠와프에 갔었어요." 그 매춘부는 그에게 먹이던 그릇을 내려놓았다.“거기서 살다가 돌아왔죠. 알보고니 일은 어느 곳에서나 똑같았어요. 그리고 어디에서나 똑같이 힘들고요. 그러다 다시 예전 일터인 브르제크와 크라운 사창가로 돌아갔어요. 내가 죽으면 어머니를 묻은 곳과 같은 공동묘지에 묻어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전투가 시작되자 부상자와 병자들이 많이 생겼어요. 병원에 있는 수도사들은 도움이 필요했고 그래서 제가 도왔죠. 처음에는 브르제크의 성당에서요. 그러다 이곳 오와..
예루살렘에 와서도 신의 음성을 들을 수 없었던 주인공, 그는 신을 잃었다고 느낀다. 신앙의 위기인 것이다. 그때 구호기사단원이 말한다. 난 살인자들의 눈에서 너무 많은 신앙(믿음)을 보았다고. 오히려 신성은 바른 행동, 약자를 돕는 용기와 같은 것에 깃들어있다고. 그러면서 머리와 가슴을 가리키며 말한다. 신이 바라는 바는 이미 이 속에 있다고. 결국 우리가 매일 행하는 바가 우리를 선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구호기사단원은 말한다. 아니면 악인으로 만들어주거나. 영화 속에서 가장 용기 있고, 가장 바른 행동을 한 건, 신의 음성을 들을 수 없었고, 신의 뜻을 알 수 없었던 주인공이었다. 그는 백성이 죽는 건 어쩔 수 없는 신의 뜻이니 성을 버리고 도망가자는 주교의 제안을 거절했고, 대의를 위해 작..
「이 새로운 신들은 개개인의 사적 가치관일 수도 있고, 사회적 이념(민족주의, 자본주의, 공산주의, 자유주의 등)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새로운 신들의 거처는 베버가 이른바 '가치영역'이라고 부르는 것들, 즉 인간의 다양한 정신적-실천적 활동영역들이다. 이것들은 크게 볼 때 '인지적-기술적'[眞], '도덕적-실천적'[善] 그리고 '심미적-표현적'[美] 가치영역으로 나누어질 수 있다. 이 영역들은 종교적-주술적 세계상 하에서는 단 하나의 절대권위와 절대논리, 즉 신성의 논리에 예속되고 함몰되어 있었다. 그러나 세계상의 탈주술화와 함께 이 가치영역들은 신성의 절대논리에서 해방되고 분화되어 나와 이제 각각 자신만의 고유한 논리와 '주권'을 선포한다. 이와 함께 이 가치영역들은 다른 어느 누구도 침..
「지금까지 나는 교수가 강의실에서 자기 개인의 가치관적 입장의 강요를 피해야 할 실제적 이유에 대해서만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확고하게 주어진 것으로 전제된 목적에 대한 수단을 논의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실천적 입장을 옹호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훨씬 더 깊은 이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란 세계의 다양한 가치질서들이 서로 해소될 수 없는 투쟁 속에 있기 때문에 실천적 입장의 학문적 옹호는 원칙적으로 무의미하다는 사실이 바로 그 더 깊은 이유입니다. 제임스 밀이 언젠가, "만일 우리가 순수한 경험에서 출발한다면, 우리는 다신교에 도달할 것이다"라고 말하였는데, 나는 그의 철학을 다른 점에서는 높이 평가하고 있지 않습니다만 이 점에서는 그가 옳다고 생각합니다. ..
화이트헤드가 죽기 전, 마지막 대화록.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밤이 더 깊어가고 있었다. 밖에서는 가을의 센 바람이 휘몰아쳤다. 밤이 깊어가면서 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십여년 전에 그의 캔튼 집에 내가 최초로 방문했던 4월 6일이 1차 세계대전 발발 기념일이며 또한 이번 세계 대전의 휴전기념일이기도 하고, 또 다른 기념일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회상에 젖으며 자못 당혹스러웠다. 최근에 그와 만날 때마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념은 사라졌다. 초저녁에 그는 연약하고 피곤해 보였지만 지금은 젊은이처럼 활력을 되찾고 우주의 창조적 힘에 대하여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유대인처럼, 신이 일시에 밖으로부터 세계를 창조했다고 여기는 것은 실수입니다..
나는 맹자, 육상산, 왕양명으로 이어지는 유가의 심학(心學) 라인도 진화론적 신비주의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이 진화론적 신비주의를 가장 분명하고 종합적으로 세상에 전하고 있는 인물은 켄 윌버일 것이다. 「세상에는 본질적으로 두 종류의 신비주의가 존재한다. 오직 초월과 신성(the Light)과의 합일만을 가르치는 신비주의가 있고, 초월적인 것과의 합일을 존중하면서도 물질 속에서 은총으로 변형되는 신성이 탄생함을 강조하는 '진화론적 신비주의'가 있다. 역사는 첫 번째 신비주의가 계급제도, 불평등, 부정의와 손쉽게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신비주의에서는 세상은 필연적으로 불완전하거나 환상이고, 그런 세상에서 초월적인 자유를 누리는 방법은 오직 세상으로부터 도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신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