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불행 (12)
모험러의 책방
「생각이 깊은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이나 불행한 사람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이 세상에는, 확실히 저승으로 들어가는 문인 이 세상에는, 행복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사람의 참된 구분은 그런 것이 아니다. 빛을 지닌 사람과 어둠의 사람, 이 두 구분밖에는 없다. 그러므로 어둠의 사람 수를 줄이고 빛을 지닌 사람의 수를 늘리는 것, 그것이 바로 목적인 것이다. 우리들이 교육과 학문에 관해 주장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다. 글을 배우는 것은 곧 불을 밝히는 것과 같다. 읽는 글자 하나하나가 빛을 토해 내는 것이다. 그러나 빛이라고 해서 꼭 기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빛 속에서도 인간은 곤란을 느낄 수 있다. 빛이 지나치면 불길을 토해 낸다. 불길은 날개의 적과 같다. 높이 날아오르는 것을 그치지 ..
「마리우스는 깊이 깨달았다. 사람들이 그런 것들을 얼마나 탐하는지, 아니 그런 것밖에는 아무것도 탐할 수 없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청춘 시절에는 여성의 사랑이 필요한 까닭에 자존심도 가져야 하는데, 그는 초라한 옷차림으로 조롱을 받고, 가난하다고 업신여김을 받았다. 제왕 같은 청춘을 자랑하며 가슴이 한껏 부풀어야할 시기에 그는 구멍 뚫린 자기 구두에 몇 번이나 눈을 맞추고, 빈궁의 부당한 치욕을 느끼고, 비참한 수치감으로 얼굴을 붉혔다. 마음이 약한 사람을 비굴하게 만드는 무서운 시련은 또 마음이 강한 사람을 탁월하게 만드는 바람직한 시련이기도 하다. 그것은 비열한 인간이나 신과 같은 인간을 만들려고 할 때면 반드시 운명이 인간을 던지는 도가니 구실을 한다. 왜냐하면 하찮고 작은 싸움 속에서야말로 진..
「역사적 인물들이 우리가 행복이라 부르는 것을 누리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사람들은 추잡한 위안을 얻게 된다. ···이와 비슷하게 추잡한 위안을 원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위안을 필요로 하는 것은 오로지 위대하고 탁월한 것을 불편하게 느끼면서 그 의미를 축소시키고 거기서 결점을 찾으려 하는 사람들의 질투심뿐이다. 질투심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은 역사적 인물들의 위대함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을 그들과 동등한 위치에 놓기 위해 위대한 사람들은 불행하기 때문에만 위대하다고 강변한다.」* - 헤겔, 『역사 속의 이성』 15/11/11 * 올리비아 비앙키, & 에두아르 바리보. (2014). 헤겔의 눈물. (김동훈, Trans.). 파주: 열린책들. 2014/12/29 - 칭찬은..
책 의 저자 시모주 아키코는 "가족이 친해야 한다고 생각할수록 미움은 더 커지고 극단적 방법을 택하게 된다"*고 말한다. 예전에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도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는 가족이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굿 퀘스천! 저는 가족은 단란하고 행복해야 된다는 그 틀을 깼으면 좋겠어요. 그 틀이 있으니까 불행해지는 거예요. 행복하지 않은 가족도 있고, 모이면 싸우는 가족도 있어요. 그래도 가족이 유지되고 아이도 키우지 않습니까. 물론 행복하면 좋지만(웃음),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는 전제 때문에 사람들이 더 불행해지는 거 같아요."** 꼭 친하지 않아도 되고, 행복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속에서만 서로 친해지기도 하고 행복하게도 되는 자발성이 생긴다. 무엇이든 강..
「피에르 부르디외가 『세계의 비참(La Misère du monde)』의 독자들에게 일깨우는 바, 아주 먼 옛날의 것이긴 하지만 지금도 유효한 히포크라테스 전통에 따르면 진정 효염 있는 치료약은 보이지 않는 질병 ― "환자들이 이에 대해 말하지 않거나 말하는 것을 잊어버린 사실들" ― 을 간파할 때 시작된다. 사회학의 경우 꼭 해야만 하는 일은 "외견상의 징후를 보고 이를 논의하여 결국 그 구조적 원인들을 왜곡하여 드러내는 경우를 밝혀내는 것이다." 우리는 "의심할 바 없이 이 크나큰 불행을(종종 격퇴했다는 주장을 하지만 그 정도로 기여는 못했던) 격퇴시켰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온갖 소소하고 잡다한 불행들이 전례 없이 급증할 조건들을 부여하는 사회적 공간들을 엄청나게 양산한 이 사회 질서에 특징적인 고통..
「'사사화'(사유화, 민영화)는 사회적으로 양산된 문제들에 맞서 싸워 해결하려는 과제를 개별적인 남녀의 어깨 위로 옮겨놓습니다. 대부분 불충분한 기술과 부족한 자원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러한 목적을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취약한 형편입니다. 이에 반해 '사회적 국가'는 도덕적으로 대단히 파괴적인 경쟁 만능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과 '남보다 한발 앞섬'으로부터 보호하려는 노력 속에서 구성원을 단결시키려고 합니다. 개인적 불행과 그 결과들에 공동체가 나서 집단적으로 보호 수단을 제공한다는 원리를 촉진할 때 국가는 '사회적'입니다. '상상된' 사회를 '현실적 공동체' ― 이것은 뚜렷이 느껴지며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습니다 ― 수준으로 격상시킵니다. 그리하여 불신과 의심을 낳는 (존 던John Dunn의 용어..
「경쟁의 희생자들이 오히려 경쟁이 초래한 사회적 불평들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공공연히 비난받는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들이 자존감과 자신감을 희생시키면서까지 공적인 평가에 동의해 자신들을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모욕에 상처까지 더해지고, 불행으로 입은 상처에 비난의 소금까지 뿌려지는 것이다. 2011년 영국 토트넘에서 일어난 실패한/실격된 소비자들의 폭동처럼, 때로는 축적된 분노가 폭발해 일시적인 파괴의 광란이 벌어진다. 그러나 이는 소비주의 사회의 기본 교리에 의문을 제기하고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잠깐 동안이라도 소비자 천국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궁핍한 자들의 필사적인 욕망의 표현일 뿐이다. 행복 추구는 곧 쇼핑이라는 것, 행복은 상점 진열대에서 찾아야 하고 상품 진열대에서 발견되기를..
「저의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20년 전에 은퇴를 했어요. 은퇴하기 전에는 온갖 의무들을 지고 있었습니다. 정기적으로 학생들을 만나야 했고, 보고서도 제출해야 했습니다. 때때로 원고 독촉에 시달리거나 교내 직원들과 불화가 생기기도 했죠. 그러니 저는 어려운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낼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미 수많은 어려움들이 제 앞에 놓여 있었고, 그것들을 처리하면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은퇴를 하고 난 후, 저는 스스로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누구도 저에게 이런저런 일들을 하라고 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무 어려움 없이 가만히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연금도 나왔으니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었어요. (웃음) 근데 이건 정말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비극이었죠..
「우리는 사랑이 공허감과 우울로부터 자신을 구원해줄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사랑은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내면상태에 대해 스스로 책임질 것을 요구할 뿐이다. 이와 같은 현실에 직면함으로써, 우리는 자신을 이해하고 고통의 악순환을 끝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 직면하기를 거부한다면, 우리는 불행과 행복이 우연처럼 발생하고 우연처럼 사라지는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 15/05/28 * 기 코르노, 2012/06/15 - 구원 2012/08/29 -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내 생각으로 만들어낸 너를 사랑하는가?" 2013/01/10 - LOVE: 사랑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나는 왜 이유 없이 아픈 걸까
* http://youtu.be/9Rhvxy0r2Do "생각해보면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상태는 두 단계 밖에 없어요. 제일 처음인 '무의식적 무지'와 마지막인 '무의식적 앎'. 즉, 처음 레벨을 벗어나면 행복하게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마지막까지 가는 수 밖에 없어요." - 영상 중 위의 강의는 음악 외의 분야에도 적용될 뿐 아니라, 의식 일반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인간은 아직도 에덴동산 안에서 의식이 행복하게 잠들어 있는 짐승과 의식이 완전히 깨어나 지복(bliss) 상태에 있는 신 사이 어디쯤 있다. 그래서 인간의 '간'자가 '사이 간間'자인 걸까? 괜히 니체가 사자의 단계를 넘어 인간 의식의 최종 단계를 어린아이로 비유한 게 아니다. 그러나 합리적인 의식과 이성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지의 단계..
"경제성장이 행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불행이 경제성장을 지탱해준다."* 명언이다. 쾌락과 욕망이 경제성장을 지탱해준다고도 바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4/02/22 * 클라이브 해밀턴, 에서 봄. 경제성장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