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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언제 시민이 되며, 상상된 사회는 언제 현실적 공동체가 되는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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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언제 시민이 되며, 상상된 사회는 언제 현실적 공동체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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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화'(사유화, 민영화)는 사회적으로 양산된 문제들에 맞서 싸워 해결하려는 과제를 개별적인 남녀의 어깨 위로 옮겨놓습니다. 대부분 불충분한 기술과 부족한 자원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러한 목적을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취약한 형편입니다. 이에 반해 '사회적 국가'는 도덕적으로 대단히 파괴적인 경쟁 만능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과 '남보다 한발 앞섬'으로부터 보호하려는 노력 속에서 구성원을 단결시키려고 합니다.


개인적 불행과 그 결과들에 공동체가 나서 집단적으로 보호 수단을 제공한다는 원리를 촉진할 때 국가는 '사회적'입니다. '상상된' 사회를 '현실적 공동체' ― 이것은 뚜렷이 느껴지며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습니다 ― 수준으로 격상시킵니다. 그리하여 불신과 의심을 낳는 (존 던John Dunn의 용어를 빌리자면) '이기주의적 질서'를 '평등의 질서'로 대체한 다음 신뢰와 정신을 불어넣는 것이 바로 그러한 원리죠. 그것은 선언되고, 가동되고,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상태에 있는 것으로 신뢰됩니다.


사회의 성원들을 시민의 지위로 격상시키는 것 또한 동일한 원리입니다. 즉 주주인 것에 덧붙여 이해 당사자로 만듭니다. 즉 수혜자일 뿐만 아니라 이익의 창조와 제대로 된 할당에 책임이 있는 주인공들로, 그리하여 시민들은 연대성과 함께 국가에 의해 발행된 '집단적 보험 정책'에 대한 신뢰를 보장해주는 공적 제도들의 네트워크를 공동 소유하며, 그에 대한 책임도 있다는 날카로운 이해관계에 의해 규정되고 또 그에 따라 움직입니다.


그러한 원리를 적용하면 남녀노소를 빈곤, 무능, 수치라는 삼중의 골칫거리로부터 지켜줄 수 있을 것입니다(종종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사회'를 공동의, 공동체적인 재산으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사회적 연대성의 풍요로운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대체로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요). 사회는 불행과 수치라는 쌍둥이 공포로부터, 즉 급속하게 가속화되는 진보의 운송수단으로부터 배제되어 배 밖으로 떨어지거나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공포로부터 성원들을 철저하게 보호해줄 수 있습니다. '사회적 잉여'로 낙인찍히거나 '인간 쓰레기'로 배정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로부터 말이죠. 그러는 한 사회는 공동체 수준으로 격상됩니다.


'사회적 국가'는 본래 의도에서는 정확히 그러한 목적에 봉사하기 위한 배치여야 했지요. 전후 영국의 '복지국가'의 청사진을 제시한 비버리지 경은 사회주의자가 아니라 자유주의자였지요. 그는 모든 사람에 대한 포괄적인, 집단적으로 승인된 보험에 대한 자신의 비전이 개인의 자유라는 자유주의 이념의 불가피한 결과이자 필수불가결한 보완물일 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의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믿었습니다.


두려움에 대한 루스벨트의 선전포고 또한 동일한 가정에 기반하고 있었죠. 인간의 가난과 영락의 규모와 원인들에 대한 로운트리(Joseph Seebohm Rowntree)의 선구적인 연구 또한 분명히 그러했을 것입니다. 선택의 자유는 결국 무수한, 셀 수 없이 많은 실패의 위험을 함축합니다. 많은 사람은 그러한 위험을 견딜 수 없어 합니다. 그리고 혹시 본인의 개인적인 대처 능력을 초과하지는 않을까 두려워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선택의 자유라는 자유주의의 이상은 손에 잡히지 않는 유령으로, 한가한 꿈으로 머뭅니다. 만약 패배의 두려움이 공동체 이름으로 발행되는 보험 정책에 의해 완화되지 않는다면 말이죠. 즉 개인이 패배하거나 운명의 일격을 당했을 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정책에 의해서 말입니다.


만약 선택의 자유가 이론적으로는 허용되지만 실천에서는 실현불가능하다면, 희망 없음의 고통은 분명히 불운의 치욕과 함께 1위를 차지할 것입니다. 삶의 도전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날마다 시험당하는 것은 결국 개인들의 자신감, 그리하여 또한 자존감이 차츰 녹아 사라지는 현장 자체가 될 것입니다.」*


15/08/19


* 지그문트 바우만, & 시트랄리 로비로사-마드라조. (2014). 빌려온 시간을 살아가기: 몸도 마음도 저당 잡히는 시대. (조형준, Trans.). 새물결.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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