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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헤겔에게 사랑은 서로에게 만족하는, 서로를 향한 불타는 시선을 끝도 없이 교환하면서 서로를 애타게 원하는 두 개인이 이기적으로 자신들 안으로 침잠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타인을 향한 열려 있음이다. 사랑은 참여하는 것이다. ... 헤겔은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비현실적인 것을 택하는 사랑에 대한 이러한 낭만적 견해를 강력하게 거부하였다. 오스카 와일드가 「거짓말의 쇠퇴(The Decay of Lying)」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베르테르의 자살은 불행하게도 거기서 영감을 얻었던 젊은이들의 자살과 마찬가지로 전혀 영웅적이지 않다. 따라서 그의 희생은 헛된 것이다. 왜냐하면 스스로를 희생한다는 것은 반대로 세상사에 참여한다는 것이며, 행위를 통해 자신을 제한함으로써 자신의 무한성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합리화와 주지주의화를, 특히 세계의 탈주술화를 특징으로 하는 우리 시대에서는 바로 가장 숭고하고 궁극적인 가치들이야말로 공공의 장에서 물러나서 신비주의적 삶의 은둔의 세계로 퇴장했거나, 아니면 개인들 상호간의 직접적 형제애 관계 속으로 퇴장했습니다. 이것이 이 시대의 운명입니다. 우리 시대의 최고예술은 은밀한 예술이지 결코 웅대한 예술이 아니라는 점은 우연이 아닙니다. 또한 전에는 예언적 성령의 형태로 대규모 신도공동체들에 매우 열정적으로 전파되면서 그들을 결속시켰던 힘이 오늘날에는 아주 작은 공동체 내부에서만 인간 대 인간의 관계로 매우 약하게 고동치고 있다는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만일 웅대한 예술에 대한 지향을 억지로 창출하고 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지난 20년 동안의 많은 기념비 건축 사례에서 ..
마루아먀 겐지의 는 저자 자신도 말하고 있듯이 매우 소수 독자를 위한 책이다. 불굴의 의지로 홀로서고, 피끓는 야성을 되찾아, 목표를 향해 전사의 함성을 내지르며 전진하는,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고 누구도 지배하지 않는 삶을 위해 투쟁할 용기를 지닌 광(狂)자를 위한 책이다. 맹자는 중용의 사람이 최고이고 광자가 그다음이라 하였다. 니체는 어린아이의 경지가 최고이고 사자의 경지가 그다음이라 하였다. 그러나 맹자왈, 어찌해볼 수도 없는 구제불능의 사람은 마치 자신이 중용의 사람인 것 마냥, 어린아이의 경지인 것인 마냥, 그러한 광자를 보고 좋은 게 좋은 거지 뭘 그리 힘들게 사냐며 비웃는 향원이다. 아, 내 어찌 맹자의 말씀을 접할 때마다 식은땀이 아니 흐를 수 있으랴. 마루야마 겐지를 읽으며 다시금 부귀..
"도는 사람에게서 멀지 않다. 따라서 사람이 도를 행하려 하면서 사람을 멀리 한다면 그것은 도라고 할 수 없다."* - 공자, 『중용』 중 14/01/11 * 이한우, 에서 봄. 2013/06/13 - 사람이 도를 넓힌다 공자 중용
"세계로부터 도피함으로써 자기의 영혼을 구하고자 하는 이는 오직 그것을 상실할 뿐이다. 참된 독립과 자유는 이 세계의 삶에서 도피하는 데서가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 타인들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는 데서 나온다."* - 헤겔 13/12/24 * 프레더릭 바이저, 에서 발췌하여 재구성한 말. 헤겔 도피
유가의 최대 강점은 출가나 내세, 피안, 신 따위를 말하지 않는 것. 유가의 도는 철저히 세속에서, 일상생활 속에서 단련하는 것이다. "나는 낮은 일에서 배워 높은 이치에까지 통달했노라!" - 공자 . . ― 선생께서는 일찍이 "불교는 형상에 집착하지 않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형상에 집착하고 있으며, 우리 유가는 형상에 집착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형상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왜 그런지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왕양명)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불교는 부자 관계에 얽히는 것을 두려워하여 도리어 부자 관계로부터 도피하고, 군신 관계에 얽히는 것을 두려워하여 도리어 군신 관계로부터 도피하며, 부부 관계에 얽히는 것을 두려워하여 도리어 부부관계로부터 도피한다. 군신·부자·부부 관계가 모두 형상에 집착한..
삶에 철저히 환멸을 느끼거나, 허무함을 느끼거나, 절망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택지는 자살이냐 명상이냐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해 왔다(물론 후자의 선택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나카지마 요시미치의 책 는 제3의 선택지도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이 '반은둔'이다. 딱 절반만 은둔하는 것이다. 사는 게 권태롭지만 그렇다고 자살씩이나 할 마음은 없고, 그렇다고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위험한 삶에 뛰어들 용기는 없는 우유부단한 사람들에게 맞는 삶의 기술이다. 어차피 "당신은 머지않아 죽는다". 그러니 위선과 가식은 벗어버리고 철저히 자기중심적으로 살라는 게 저자의 메시지다. 대학이나 회사에 사표를 던질 필요는 없다. 그러나 나머지 절반의 삶은 세상 따위는 어떻게 되든 최대한 하고 싶은 대로 살아라. 반은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