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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유교

모험러
「유교 성왕론을 깊이 있게 분석해보면, 유교가 세습 왕조를 위한 사상이요 종교라는 통념은 깨진다. 아니 뒤집어진다. 『서경』이 지지하는 것은 밑으로부터의 선거에 의한 왕위 선양이지 왕위 세습이 아니다. 최고의 성왕인 요순 임금은 선거로 선양했다. 순 임금도 우 임금에게 선양한다. 우 임금도 성왕이다. 그런데 이 우 임금 때 왕위가 아들에게 세습되어 하 왕조가 세워진다. 그러나 맹자에 따르면 이 세습은 우 임금 자신의 뜻이 아니었다. 즉 맹자는 세습을 성왕의 뜻에 부합하는 정당한 행위로 보지 않았다.

그렇다면 왕조 체제가 종식된 오늘날, 유교의 합리적 핵심은 오히려 더 온전히 작동할 수 있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왕조 체제, 세습 체제의 종식은 새로운 유교, 포스트 유교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가장 중요한 징표요, 신호탄이다. 오늘날 요청되는 유교의 전위와 변형이란, 왕조사회에서는 간접적이거나 은폐된 방식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었던 유교의 비판성이 더욱 직접적이고 당당한 방식으로 표명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의 변화가 될 수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꼭 목숨을 내놓아야만 권력 비판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 뜻 높은 소수의 엘리트 직유에 국한되었던 권력 비판은 이제 대중의 것이 되었다. 엘리트 유교는 이미 조선 후기에 대중 유교가 되었다. 동학이 그 흐름 속에 있었다. 일찍이 맹자는 모든 사람이 요순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동학의 창도자 최제우는 모든 민중이 요순이 될 수 있다고 부언했다. 동학은 유교의 창조적 전위와 변형의 선구적 사례 중 하나다. 모든 민중이 요순이 될 수 있는 사회, 바로 민주주의의 유교적 버전 아닌가?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한국 민주화 운동의 강인성과 역동적인 시민사회의 모습은 이러한 역사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1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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