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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이동하지 말고 대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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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를 탔던 한 아이가 남긴 최후의 동영상에서 아이들은 여전히 쾌활하다. 배가 기울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그럭저럭 견딜만한 상황으로 보이고 제자리에서 대기하라는 안내방송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고 아이들이 슬슬 걱정이 되어 엄마 아빠가 생각날 무렵 다시 안내방송이 나온다.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은 이게 무슨 상황인가, 침몰하는 건가, 불안해한다. 그때 또 방송이 나온다. 

"다시 한 번 안내 말씀드립니다.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선생님들도 다 괜찮은지를 아이들이 걱정하는 대화를 끝으로 동영상은 끝이 난다. 탈출할 수 있었던 시간은 허망하게 지나갔다. 아이들은 차분히 시키는 대로 대기했으나 믿고 기다렸던 어른들은 오지 않았다. 절대 이동하지 말라는 '안내'만 남긴 채. 선장과 기관원들은 이미 탈출하고 없는 침몰하는 배에서, 아이들은 그렇게 다음 안내를, 곧 나타나 구해줄 어른들을 기다리다가, 수장되었다. 몰살이었다.

1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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