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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잃은 어느 부부의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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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잠수부님! 

진심으로 부탁드리며 애원합니다. 저는 한마디 말도 제대로 못하는 그 배에서 서빙하며 승객들 관리하며 도와드리는, 직원이라 하기는 그런 승무원복을 입고 근무하는 우리 아들! 나이도 어린 우리 아들 학생들과 함께 구분하지 말고 같은 어린 생명 같이 구해주셨으면 하고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학생들 인도하다 못나왔을 겁니다. 평소 그런 애입니다. 정말 승무원복 입은 아이 있으면 같이 구조해 주셨으면 합니다. 학생들 구하려다 희생했을 겁니다."

이 쪽지를 주환웅 상사(해군 해난구조대)에 전한 부부는 아들이 승무원이라는 죄책감에 드러내놓고 슬퍼하지도, 자식에 대해 말하지도 못하며 죄인처럼 체육관에서 지내고 있다가, 이날이 아니면 '잠수부님'을 만나지 못할 것 같아 주 상사가 브리핑을 끝내고 돌아가려는 찰나 그의 군복 상의 가슴팍 주머니에 브리핑 도중 급하게 쓴 이 쪽지를 집어넣고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고개를 숙이고 또 숙이며 아들 좀 데려와달라며 울었다고 한다. 고개 숙인 엄마 목에는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20대 초반, 앳된 남자였다. 편지를 다 읽은 주 상사는 한참을 울었고, 해난구조대원들도 돌려가며 쪽지를 읽고는 구하고 싶어도 구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모두 울었다고 한다.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 상사는 11일 동안 총 20시간 밖에 자지 못했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자에게 꼭 부탁할 게 있다며 다음의 말을 전했다.

"제가 다시 체육관에 못 갈 거 같아서요. 그 어머님, 아버님 보이면 대신 전해주세요. 꼭 아드님 찾아드린다고. 약속드린다고."*

14/04/28

* 동아일보, 14-04-28, <[단독]"잠수부님 제발.." 쪽지에 구조대 울음바다: '서빙 알바 승무원복 입은 우리 아들, 학생과 구분 마시고 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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