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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념)의 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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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자기가 없기 때문이에요. 행복이라는 것은 '우리'가 느끼는 겁니까, '내'가 느끼는 겁니까? 행복을 느끼는 주체는 누구인가요? 나예요. 우리는 느낌을 함께하지는 못해요. 집단은 느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집단은 이성이 지배합니다. 비율과 계산이 지배하지요.

제가 앞에서 '버릇'이라고 이야기했듯이, 우리를 지배하는 것은 우리의 욕망이 아니라 우리의 이념입니다. 이념은 원심력이 있습니다. 이념은 계속 높아지고 높아져요. 그러니까 순수를 지향해요. 선명성 경쟁은 여기서 나옵니다. 그래서 순교자적 경지까지 이르러야 합니다. 누가 더 순수한가? 누가 더 맹목적인가? 누가 더 철저한가? 이념은, 믿음은, 신념은, 즉 믿음의 대상은 원심력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이것은 인간의 삶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높아지려 합니다. 멀어지고 높아질수록 진짜같이 보여요. 그래서 누가 더 저 먼 곳까지 도달하는가? 이것만 사명으로 남기 때문에 광신도가 나와요. 맹목적 수호자들이 나오죠. 그렇게 이념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자기하고는 거리가 멀어지죠. 자기의 구체적인 삶하고는 아주 먼 거리에 있을 수밖에 없어요.

이념이나 신념을 기준으로 놓고 평가해서 아름다운 일상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왜냐? 아름다움은 여러 사람들이 합의해서 저 위에 걸어 놓은 것이니까요. 창백하고 순수하며 이상적인 기준으로 저 멀리 존재하고 있어서, 구체적인 현재의 내 아름다움이 도달하기는 어려워요. 아니, 아마 불가능할 겁니다. 그러니까 저 높은 곳에 걸려 있는 이념과 구체적인 일상 속의 나 사이에는 틈이 존재할 수밖에 없고, 이 벌어진 틈 사이에서 인간은 방황합니다. 그 틈이 크면 클수록 불행하다는 느낌이 커질 수밖에 없지요. 자존감도 낮아집니다. 이것이 불행의 내용이에요. 그래서 매일 앉아서 자학을 하죠. 나는 부족해, 나는 부족해, 나는 왜 이렇게 살까, 저 이념에 비하면 나는 왜 이렇게 타락했을까,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할까, 저 기준에서 보면 나는 분명 바보야, 나는 결함이 있는 죄인이야.. 이런 생각을 합니다.」*

14/04/13

* 최진석, <인간이 그리는 무늬>에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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