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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지의 존재이다

모험러
「나약한 방향으로 기울어 한순간 불꽃처럼 타오르고 사라지는 소설도 있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고독감 같은 것을 강인하게 극복하고, 주저와 나약함의 파도도 차례차례 극복하고, 그 너머에 있는 무엇을 나의 펜으로 찔러보고 싶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몹시 우스꽝스러운 삶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감히 몸을 쫙 펴고, 강인한 삶을 자처한다.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시도한다. 성격에 맞지 않는다, 내키지 않는다, 모양새가 나쁘다,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따위의 수많은 구실과 핑계로 사방을 가로막고 그 안에 틀어박힌대서야 사는 보람이 없지 않은가.

인생의 최대의 감동은 자신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요컨대 자신의 상상을 초월하는 새로운 자신을 만나는 일이다. 예전에는 결코 할 수 없다며 포기했던 일을 지금은 할 수 있다니, 이만한 감동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과거의 내가 그랬으니 미래의 나도 그럴 것이라는 발상으로는 그런 감동을 절대로 자기화할 수 없다. 나는 미지의 존재이며, 앞으로도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순간, 인생은 빛을 발하고 충만해지는 것이며, 또한 영원해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펼쳐나가는 강인함이 필요하다. 마음의 명령 따위에 일일이 따를 수가 없다.」*

14/02/16

* 마루야마 겐지, <소설가의 각오>에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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