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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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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하강적 과정에 반해서, 사람이 일생동안에 생명력이 '거슬러 흐르는'(역행의) 상승운동을 이끌어 들일 수만 있다면, 다시 말해서 아니무스(혼魂)로 하여금 아니마(백魄)의 힘을 자유로이 지배할 수 있게 한다면, 심령은 외면적인 사물로부터 해방될 수 있게 된다. 외계의 사물은 인식의 대상은 되지만 이미 욕망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이로써 미망은 그 힘을 잃어버리게 되고, 여기에 내면적이면서도 상승하여 가는 힘의 회전이 일어난다. 자아는 세계의 사물과의 갈등 상태로부터 벗어나며 그래서 사후에도 이어 살아간다. 그것은 내면화에 따라서 생명력이 밖으로 새어나감을 막기 때문이다. 그것은 누출 대신에 신체적 존재양식에 의존하지 않는 생명의 중심이 일자一者(모나드)의 내적인 회전운동 안에서 만들어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자아가 곧 '하나의 신神'(Deus, ein Gott)이다. 

'신神'을 나타내는 글자는 뻗어나감(伸), 만들어 감(創出)의 뜻을 가진다. 요컨대 '귀鬼'와는 반대되는 것이다. '신神'의 옛 글씨는 이중의 꾸불꾸불한 소용돌이 모양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것은 또한 우레나 번개같은 전기적인 작용을 뜻하기도 한다. 이같은 존재는 내적인 회전이 계속되는 한은 존속하며, 그것이 감각적으로는 볼 수 없는 것이지만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며, 위대한 사상이나 숭고한 행동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한다. 몇천 년 동안에 걸쳐서 인간성을 고무하고 발전시켜 온 고대의 성자나 현자는 모두가 이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 리하르트 빌헬름, <태을금화종지(太乙金華宗旨)의 해제와 요지주해> 중.*

위대한 성자, 현자, 도인들의 비밀, 그것은 바로 내면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빛의 회전'.

14/02/17

* 여동빈 씀, 이윤희·고성훈 옮김, <태을금화종지>에 포함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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