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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인정되는 기준, 즉 이 책이 '좋다' 또는 '나쁘다'는 주장에 의미를 부여해줄 어떤 외부적 참고 사항이 없는 상태에서 문학적 판단을 내릴 때에는 결국 본능적인 선호도를 합리화하기 위해 일련의 규칙을 날조하기 때문에 나는 아무리 좋은 시절이라도 문학 비평은 사기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한 작품을 읽고 보이는 진정한 반응은 '이 책이 좋다' 또는 '이 책이 싫다'는 것이며 그 뒤에 합리화가 이루어진다. 나는 '이 책이 좋다'는 반응을 비문학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내 편이다. 그러므로 이 작품의 장점을 찾아야 한다"는 반응은 비문학적 반응이다.

물론 정치적 이유로 작품을 칭찬하는 경우에도 그 작품에 강한 동의를 느꼈다는 점에서 진실한 감정일 수 있다. 그런데 정당에 대한 결속감이 명백한 거짓을 요구하는 일이 자주 있다. 정치적인 정기간행물에 서평을 써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를 잘 알고 있다. 대체로 당신이 동의하는 간행물에 글을 쓸 때에는 사명감으로 죄를 짓고, 동의하지 않는 간행물에 글을 쓸 때에는 소홀히 하는 죄를 짓는다. 어쨌든 소련이나 유대주의, 가톨릭교에 대한 찬반을 표명하는 많은 논쟁적 책들에 대해서는 글을 읽기도 전에 판단을 내리며, 실은 글을 쓰기도 전에 이미 판단이 내려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책들이 어떤 간행물에서 어떤 대접을 받을지 진작부터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때로는 의식의 한 구석에서조차 깨닫지 못할 만큼 부정직한 태도로 자신이 진정한 문학적 기준을 적용하는 척 가식을 유지한다.」*

- 조지 오웰, 「작가와 리바이어던」 중

13/11/05

* 조지 오웰, <모든 예술은 프로파간다다>에서 인용,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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