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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로 찬양할 수 없는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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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과 미국에서는 많은 문학 지식인 세력들이 공산당을 거치거나 공산당에 우호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이런 좌파운동 전체를 통틀어 읽을 만한 책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정통 가톨릭교는 몇몇 문학 형태, 특히 소설에 참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00년 동안 훌륭한 가톨릭교도로서 훌륭한 소설가가 된 이가 얼마나 되는가? 

사실 언어로 찬양할 수 없는 주제가 있는데, 압제가 그 중 하나다. 어느 누구도 종교재판을 찬양하는 훌륭한 책을 쓴 적이 없다. 시는 전체주의 시대에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또한 몇몇 예술, 나아가 건축 등과 같이 부분적으로 예술적 성격을 띠는 활동은 심지어 압제가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산문 작가는 침묵 아니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산문 문학은 합리주의의 산물이자 프로테스탄트 시대, 자율적인 개인의 산물이다. 지적 자유가 말살되면 저널리스트, 사회 문제 저술가, 역사가, 소설가, 비평가, 시인의 순서대로 차례차례 무력해진다. ...

우리의 상상력은 야생동물과 같아서 갇힌 상태에서는 결코 자라지 못한다. 이런 사실을 부정하는 작가 혹은 저널리스트는 사실상 자기 파멸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 조지 오웰, 「문학을 지키는 예방책」 중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압제와 독재를 찬양했던 수많은 지식인들, 기자들, 문인들의 언어가 있었다. 그 악취 나는 언어들은 역사의 전개와 함께 모두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오직 진실과 자유를 위해 몸부림쳤던 언어들만이 끝내 타락시킬 수 없는 인간 정신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표본으로 우리 곁에 살아남았다.

13/11/03

* 조지 오웰, <모든 예술은 프로파간다다>에서 발췌,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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