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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이성'이라는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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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씩 스위프트는 무정부주의적 모습을 보이며 『걸리버 여행기』 제4부에서는 일반적인 의미의 법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성'의 명령에 지배되는 무정부주의 사회가 그려져 있다. 휴이넘의 총회는 걸리버의 주인에게 걸리버를 추방시키라고 '권고'하며 이웃들도 그에게 권고를 따르도록 압력을 넣는다. ... 걸리버의 주인은 얼마간 마지못해 이를 따르는데 '권고'를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무정부주의 사회나 평화주의 사회 모습에 암묵적으로 들어 있는 전체주의적 성향을 아주 잘 보여준다. 법이 존재하지 않고 이론상으로 어떠한 강요도 없는 사회에서 유일하게 행동을 결정짓는 것은 여론이다. 하지만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은 순응하려는 충동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여론이 법 제도보다 관용적이지는 않다. 인간이 '하지 말지어다'라는 규율에 지배받을 때에는 각 개인에게 어느 정도 별난 행동이 허용된다. 하지만 '사랑'이나 '이성'에 지배받을 때에는 다른 사람과 똑같이 행동하고 생각해야 한다는 끊임없는 압박에 시달린다. ...

휴이넘족은 사실상 가장 높은 수준의 전체주의 체제에 이르렀으며, 순응이 너무도 일반화되어 있어서 경찰 병력이 필요하지 않은 단계에 있다. ... 달리 말해서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아는데 왜 반체제적 의견을 용인해야 한단 말인가? 자유도 발전도 있을 리 없는 휴이넘의 전체주의적 사회는 이러한 사고에서 자연스레 비롯된 것이다."*

- 조지 오웰, 「정치 대 문학: 『걸리버 여행기』에 대한 검토」 중

13/11/04

* 조지 오웰, <모든 예술은 프로파간다다>에서 발췌,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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