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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 아니함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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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선생은 사랑에 "형이상학적 폭력"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아가페를 운운하는 사랑은 유독 더 폭력적이다. 그것은 '나'를 중심에 두고 하는 "베풂"으로, 오히려 적극적인 폭력에 해당한다. 베풀면 베풀수록 해악은 더 커진다. 내게 좋은 것이 너희에게도 좋을 것이므로 너희를 사랑하여 베푸노라는 식의 황금률은 병적이고 파괴적이다. 황금률은 부정형의 명제로, 즉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말지어다"로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도올 선생은 사랑 "함"이 아니라 사랑 "하지 아니함"의 깊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고, 그렇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가페적 사랑이 아니라 "사랑하지 아니함"의 인류애라고 말하며, <노자>를 주해한 왕필의 말을 인용한다.

"사랑하지 마라! 사랑하기만 하면 꼭 만들고, 세우고, 베풀고, 감화를 주고, 은혜를 만드는 식으로 '함'이 생긴다. 만들고, 세우고, 베풀고, 감화를 주면, 오히려 그들의 참모습을 파괴하는 것이 된다. 기실 만물은 스스로 자기를 잘 가꾸어 나가는 것이다. 은혜가 있고 '함'이 있으면, 사물들이 치우치게 되어 공존의 미덕을 상실한다."*

12/08/07

* 도올 김용옥, <중용: 인간의 맛> 참조, 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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