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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있을 때 삼감 본문

명문장, 명구절

홀로있을 때 삼감

모험러
『중용』을 펼치면 제1장에 이런 말씀이 나온다.

「도라는 것은 잠시라도 떠날 수 없는 것이다. 도가 만약 떠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도가 아니다. 그러므로 군자는 보이지 않는 데서 계신(戒愼)하고, 들리지 않는 데서 공구(恐懼)한다. 숨은 것처럼 잘 드러나는 것이 없으며, 미세한 것처럼 잘 나타나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홀로있을 때 삼가는 것이다.」*

이 말씀에 도올 선생은 굉장히 긴 주석을 달았다. 그 일부만 옮겨본다.

「도는 믿는 것이 아니라 닦는 것이다. 도를 닦는다는 것은 곧 몸을 닦는 것이다. 수도(修道)는 곧 수신(修身)이다. 수신이란 곧 내 몸속에서 하나님을 배양하는 것이다. 하나님을 닦는 것이다. 하나님은 몸속에서 완성되어 가는 그 무엇이다. 하나님은 고정된 존재가 아니고 끊임없이 생성되어가는 과정이다. 하나님은 몸의 고정태가 아니며, 몸의 끊임없는 가치평가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의 인격성은 오직 나의 몸의 인격성일 뿐이다. 하나님의 무한은 나의 몸의 유한 속에 깃드는 무한이다. 하나님은 유한하기 때문에만 선한 것이다. 나의 몸의 유한성 속에서 무한을 구현해나가는 과정이 곧 하나님이다. 하나님이 곧 수신 그 자체이다. 수신은 나라는 주체의 심화과정이며, 그 심화의 심연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가치평가를 구현하게 된다. 내가 하나님이 되는 것처럼 위대한 몸의 구원은 없다.

주체의 심화는 고독의 과정이다. 고독은 수신의 대전제이다. 하나님은 나의 고독 속에서만 온전하게 발현된다. 남이 보지 않는 데서, 남이 듣지 않는 데서 계신하고 공구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군자를 군자다웁게 만드는 일차적 조건이다. 존재의 가치는 궁극적으로 인륜관계에서 발현되지만 나의 몸을 하나님화하는 과정은 일차적으로 나 자신에게 부여되는 천명을 홀로, 고독하게 구현하는 것이다. 고독하게 구현한다는 것은 나의 존재의 책임을 나 홀로 걺어진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의존의 대상이 되면 하나님이 아니다. 하나님은 나의 몸의 비젼이며 이상태이다. 그것은 자기생성적이며 나의 몸의 과정에 끊임없이 참여하는 가치평가이며 새로움과 탈바꿈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이며 창진이다. 이 모든 과정이 홀로 있을 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독속에서 선택되는 것이다.

이것이 "신독"(愼獨: 홀로있을 때 삼감)이다.」*

13/08/08

* 도올 김용옥, <중용: 인간의 맛>에서 인용,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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