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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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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위지안이라는 여인이 30살에 말기 암 선고를 받고 꺼져가는 생 속에서 깨친 깨달음의 기록을 인용한 것이다.

프롤로그: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사람은 나이가 한 살씩 들어갈수록 자신이 진심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점점 알 수 없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더 미친 듯이 찾아 헤맨다고들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삶의 끝에 서서

1. 작은 행동에도 커다란 마음이 담길 수 있다는 것

2. 우리 삶에 정해진 법칙이란 없다는 것

"서른 살에 세계 100위 안에 드는 대학의 교수가 되었고, 역시 대학교수인 미남 배우자에 건강하고 똑똑한 아이까지 있는 성공 인생. ... 어쨌거나, 나는 내 운명이 송두리째 바뀌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만 했다. 앞날이 창창한 대학 여교수에서 앞날이 얼마 남지 않은 초라한 말기 암 환자 신세로."

3. 인사조차 나눌 틈이 없는 작별도 있다는 것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결국에는 하나로 수렴되었다. 운명이라는 것이 작별 인사를 나눌 틈조차 주지 않을 만큼 박정하다면, 지금 급히 만나야 할 얼굴 하나가 있었다."

4. 똑똑한 사람 행세는 괴로운 낙인이라는 것

"그러나 서른 즈음에는, 자신을 아낀다는 것이 값비싼 화장품 하나 사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며,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관대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스스로를 아끼는 방법이라는 진실을 알게 되었다. ... 그러나 서른에, 그런 것을 조금씩 깨달을 나이에, 나는 응급실에 누워 앞날을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불리불기(不離不棄). 헤어지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다."

"이제는 똑똑한 사람의 오류가 뭔지 안다. 그래서 착실하고 무던한 바보가 되기로 했다. ... 사실 '똑똑한 자'라는 낙인만큼 괴로운 것도 없다."

5. 갈대의 부드러움이 꼭 필요하다는 것

"아픈 것만 빼면 지금 너무 행복해."

"사랑은 나중에 하는 게 아니라 지금 하는 것이었다.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에."

6. 믿음은 순도 100퍼센트라는 것

"삶의 끝에 와서야 나는 내 유머 감각이 얼마나 탁월한지 새삼스럽게 발견했다."

7. 감추고만 싶은 진심도 있다는 것

"정성이란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매일매일 지속되는 사소함에 있다는 것을
그때까지 나는 알지 못했다."

8. 미지근한 사랑이 오랫동안 따뜻하다는 것

"한평생 서로 의지하는 사랑도 있고, 단순히 사랑만을 위한 사랑도 있으며, 그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사랑도 있다. ...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의 사랑도 좋고, 지금의 사랑도 좋다. 그동안의 세월을 돌이켜 보면, 두 사람이 만나 같이 생활하며 일종의 술을 빚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강렬하고 감미롭지는 않지만 은은한 향이 그윽한 술."

9. 적응이란, 고집을 버리는 과정이라는 것

"하지만 결혼해서 몇 년을 함께 지내다 보면,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된다. 예전에 집착했던 그 모든 조건들이 죄다 의미 없는 고집일 뿐이었다는 사실을. 
중요한 것은 단 하나뿐이다. 인생이라는 차가운 벌판 위에서 끝까지 손을 놓지 않는 존재, 그런 사람인가 하는 점."

10. 진짜 성공은 하모니라는 것

11. 사랑은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것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랑받고 있음'을 확인하고 싶다면, 그것은 상대가 아닌, 자기 스스로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지금 문득 든다."

12. 시간이란,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기회라는 것

"나보다 더 긴 시간을 살아갈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라고. 시간이란,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기회라고."

13. 추억은 지혜의 보따리라는 것

"추억이란, 한 장의 스냅사진 속에 들어 있는 '끝없는 이야기'인가 보다."

두 번째 이야기: 삶의 끝에서 다시 만난 것들

1. 누구나 막대한 빚을 지고 있다는 것

"그때 알았다. 누구나 사랑의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을.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갑자기 힘들어지거나 커다란 슬픔에 빠지게 되면 그 빚이 어떻게 새로 생기는지 느낄 수 있다."

2. 불안과 두려움 없이는 어른이 되지 못한다는 것

"돌이켜보면, 나는 엄마가 되어서도, 어른은 되지 못했던 것이다."

3. 위해주는 마음이 차이를 만든다는 것

"어느 분야나 예외는 있을 수 없다. 실력의 끝마무리는 언제나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향해 진정으로 열린 마음이 없는 한, 그저 '실력자' 수준에 머무를 뿐이다. ... 결정적인 차이는 그 지점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4. 때로는 고개를 쳐들고 맞서야만 한다는 것

5. 남들보다 즐거워할 자격이 있다는 것

"그렇다. 의식을 하건 안 하건, 누구나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영혼과 마주해야 한다."

"말기 암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얼굴에서 삶의 긴장이 풀린다는 점이다. ... 숨 쉴 수 있는 이 순간이 즐겁고 고맙다."

6. 착한 사람이 가장 강하다는 것

"인생이란 늘 이를 악물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보다는, 좀 늦더라도 착한 마음으로 차분하게 걷는 사람에게 지름길을 열어주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 착하다는 것. 남을 탓하지 않으며, 누군가를 공연히 미워하지 않으며, 남을 밟고 서기 위해 모진 마음을 먹지 않는 것. 그건 대단한 장점이었다. 그때는 너무 평범해 보여서 패배자의 특성처럼 보였지만."

7. 성취의 절반은 책의 덕분이었다는 것

"결론은 간단했다. 언제부터인가 나도 모르게 독서에 대한 열정을 잃어버린 것이다. 소설 같은 문학작품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전공 서적을 제외하곤 정말 오랫동안 책을 읽지 않았다."

8. 움켜쥔 손을 펴야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그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부분은, 유방암 환자 중에는 우울증을 겪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었다."

"... 돌연 삶이 가벼워졌다. 이제 더 이상 경쟁자도 적도 없으며, 누가 누구보다 강한지 따위에는 아예 관심도 없어졌다. 그 많던 프로젝트도, 스스로 만들어놓은 미션도 잠시 내려놓았다. 그렇게 세상에서 한발 물러나자 비로소 꽃과 구름과 바람이 보였다."

9. 나를 위해 희생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

"그렇다. 남편은 생전 처음으로 진짜 세상과 마추지고 있었던 것이다. 순수한 학문의 세계가 아닌 야수처럼 잔인한, 날것 그대로의 세상."

10. 혼자 아픈 사람은 없다는 것

"보호자를 보면 환자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 어떤 사랑을 받고 또 서로 어떤 사랑을 주며 살았는지 뭉클하게 느껴진다."

11. 세상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사람이 많다는 것

12. 어쨌거나 다 지나간다는 것

"나는 오늘도 아프고 내일도 아플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이런 나날들을 시련이라 부르고 싶지 않다."

세 번째 이야기: 삶의 끝에 와서야 알게 된 것들

1. 기적은 꽤나 가까이에 있다는 것

2. 고마움을 되새기면 외롭지 않다는 것

3. 나는 한 편의 드라마로 시작되었다는 것

4. 이별은 또한 홀로서기라는 것

"부모와 자식의 인연이란, 부모가 자식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바라볼 뿐, 붙잡을 수 없는 관계"

"인생은 혼자 외로운 길을 걸어가도록 정해져 있으며, 누구나 어둠 속에서 고독한 길을 가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5. 줄 것은 항상 넘친다는 것

6. 최후까지 행사해야 할 권리가 있다는 것

"최후의 순간까지 즐겁고 유쾌하게. 스스로 즐거울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다."

7. 슬픔도 힘이 된다는 것

"현실의 고난은 맞부딕혀 싸우거나 괴로워할수록 더 집요하게 구는 경향이 있다. 마치 싸우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에게 말대꾸를 하면 할수록 더 기세등등하게 달려드는 것과 비슷하다."

8. 절망조차 희망의 씨앗을 품고 있다는 것

'여자가 유방암에 걸리면 대부분은 결혼 생활이 불행해진다고 들었어. 만약 네 남편이 너한테 잘해주지 않거나, 이혼 운운하면 가장 먼저 나한테 연락해. 내가 곧바로 비행기 타고 날아가 너랑 결혼해줄테니까.'

"절망은 원래, 구경하는 사람에게만 크게 보인다."

9. 스스로를 조금 더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

"누가 되었든, 설령 내가 가장 만나기 싫어하고 미워하는 사람일지라도, 그가 암에만은 걸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나는 왜 암에 걸렸을까? ... 먹는 게 문제였다 ... 잠과 휴식을 업신여겼다 ... 벼락치기로 살았다 ... 환경도 한몫했을 것이다 ... 어쩌면 암이란 자신의 삶과 환경에 대한 무관심 속에서 자양분을 얻는지도 모른다. ... 왜 그때는 몰랐던 것일까. 눈물 때문에 모니터의 글자들이 흐리게 보인다. 모니터에서 눈물 잉크가 흘러내리는 것 같다."

10. 다른 이의 마음에 심은 씨앗은 크게 자란다는 것

"사람이 잘 살아간다는 것은 누군가의 마음에 씨앗을 심는 일인 것 같다. 어떤 씨앗은 내가 심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 뒤에도 쑥쑥 자라나 커다란 나무가 되기도 한다."

11. 누군가의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

"가진 것 하나 없고 인생의 맨 밑바닥으로 떨어진들 어떠리. 넉넉한 마음만 지킬 수 있다면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의 희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12. 피를 흘리는 순간에도 세상은 아름답다는 것

"진정 용기 있는 사람은 비참한 인생을 똑바로 쳐다보며, 
뚝뚝 떨어지는 붉은 피를 외면하지 않는다.
슬프지만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 루쉰"

13. 나보다 가슴 아픈 사람이 있다는 것

"'나, 가고 나면 엄마가 나무 심은 데, 거기 산자락에 뿌려줘.' 그곳은 벌레가 꼬물거리고 새가 지저귀며 깨끗한 냇물과 푸른 나무가 있는 곳이다. ... 엄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너무도 살고 싶다. ... 
좋은 삶이었고, 이 세상은 어지러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후회 없이, 화내지 않고 떠날 수 있어 참 좋다."

에필로그: 어떤 영혼은 누군가의 마음속에 별이 되어 영원히 빛난다는 것

2011년 4월 19일 새벽 세 시, 
위지안,
세상을 떠나다.

12/03/31

* 위지안,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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