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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때

모험러
흔히 공부에는 때가 있다고 말한다. 젊어서 공부해야 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러나 당견은 혈기가 안정되는 노년이야말로 공부의 적기라고 말하며, “금년 내 나이 70이므로 힘써 공부할 시기”라고 적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이었다.

“전에는 몸의 욕망대로 따라가다 도와 멀어졌지만, 지금은 담비 가죽과 여우 털옷의 따뜻함이 거친 베옷과 매한가지다. 몸을 가리고 있던 욕망의 꺼풀이 벗겨졌기 때문이다. 전에는 눈의 욕망대로 따라가다 도와 멀어졌지만, 지금은 아름다운 여인과 이모저모 볼품없는 부인이 매한가지다. 눈을 가리고 있던 욕망의 꺼풀이 벗겨졌기 때문이다. 전에는 입의 욕망대로 따라가 도와 멀어졌지만, 지금은 왕후가 드시는 맛깔스런 음식과 일반사람들이 먹는 음식이 매한가지다. 입을 가리고 있던 욕망의 꺼풀이 벗겨졌기 때문이다. 전에는 귀의 욕망대로 따라가다 도와 멀어졌지만, 지금은 아름다운 음악이 없는 것만 못하다. 귀를 가리고 있던 욕망의 꺼풀이 벗겨졌기 때문이다. 전에는 코의 욕망대로 따라가다 도와 멀어졌지만, 지금은 아름다운 향내가 냄새 없는 것만 못하다. 코를 가리고 있던 욕망의 꺼풀이 벗겨졌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부귀를 뜬구름처럼 볼 뿐만 아니라, 삶과 죽음도 아침과 저녁의 차이 정도로 보게 되었다. 전에는 견문이 있어도 쓸 수 없었는데, 지금은 견문을 모두 사용하고, 전에는 견해가 있었어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 견해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전에는 좋은 생각이 있어도 쓰지 못했는데, 지금은 그 생각을 모두 사용할 수 있고, 전에는 힘이 있어도 제대로 쓸 수 없었지만, 지금은 갖고 있는 힘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이것은 다섯 가지 욕망의 꺼풀이 벗겨졌기 때문에, 하나의 본 마음이 드러난 것이다. 마치 하얀 천이 흙탕물에 떨어졌지만 물로 씻어내면 쉽게 흰색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 마치 진주를 방안에서 잃었지만 그것을 찾으면 쉽게 얻을 수 있는 것과도 같다.

그래서 나이 들어 공부해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오(吳)땅에서 농사지어 수확하는 것은 반드시 입동 이후에 거둬들이는 것과 같다. 비록 그 이전에 수확하고자 해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부는 비록 쉽게 이룰 수 있지만, 세월이 나를 기다려주지 않으니 민첩하게 구하고, 나태하게 기다려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다면 백 리 길을 가야 할 사람이 구십 리가서 해가 저물면 그 때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1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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