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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인구 과잉과 우리의 저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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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인구 과잉을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인구 과잉'에 대해서만 난리다. 그러나 인구가 폭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대부분 현재 지구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낮은 곳들이다. 선진국은 설령 높은 인구 밀도를 가지고 있더라도 아무도 '인구 과잉'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고엔트로피'의 중심으로서 세계의 나머지 지역에서 자원을 끌어오고, 대신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의 상당량을 소모하고 소진하고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여기서 산출된 공해성 쓰레기를 가난한 나라들에게 돌려준다. 비교적 인구가 적은 부자 나라들이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약 3분의 2를 소모한다.」

부자 나라들은 많은 인구를 부양할 '능력'이 된다. 문제는 능력 있는 '우리'가 아니라 능력 없는 가난한 '그들'이다. 그래서 '그들의' 출산은 낭비적이다. '그들의' 출산이 '우리'가 사는 세계에 참을 수 없는 압력을 가하기 때문이다. "세계는 언제나 연료에 대한 변덕과 탐욕과 갈망으로 가득한 '우리'의 삶의 방식을 유지해줄 에너지와 기타 자원을 캐내야 할 원천인데 말이다. 그러므로 지구를 인구 과잉으로 만드는 것은 '그들'이다."

우리는 이렇게 '그들'의 과잉을 걱정하면서, 동시에 '우리'의 저출산과 고령화를 걱정한다. 부유한 나라의 '영광스러운 삶의 방식'은 필사적으로 방어해야 할 협상 불가능한 원칙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 방식'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숫자의 '우리'가 미래에도 있을까? 미래에도 청소부가, 즉 '우리의 생활 방식'이 날마다 쏟아내는 쓰레기를 수거할 사람들이 충분할까? '책상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우리보다 훨씬 적은 돈만 받으면서 '자기 손을 더럽혀가며 우리 화장실을 청소해줄 사람들'이 충분할까? 
  단지 '우리의 생활 방식'을 현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더 적은 수가 아니라 더 많은 수의 '그들'을 수입해야 한다는 냉엄한 전망 앞에서, '인구 과잉'에 맞선 전쟁의 이처럼 불유쾌한 다른 일면이 이 부유한 자들의 땅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13/01/25

* 지그문트 바우만, <쓰레기가 되는 삶들>을 참고, 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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