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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보다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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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쳐 운명의 검(한국어판), 마지막 챕터의 제목은 왜 '예정된 운명'일까? 폴란드어 원서에 그렇게 돼 있던 걸까? 영문판의 제목은 Something More다. 난 영어판의 챕터 제목이 더 적절한 거 같다. 무슨 뜻일까? 

사람이 맺어지는 데에는 운명만으로는 부족하다. 거기엔 뭔가가 더 필요하다. 그 '뭔가'에 인간의 마음, 인간의 의지가 깃들어있다. 게롤트와 시리는 예정된 운명이었기 때문에 만난 게 아니라, Something More, 다시 서로에게 닿고자 하는 의념과 의지가 있었기에 만난 것이다. 바로 그렇기에 둘의 상봉 장면은 읽을 때마다 눈물 짓게 한다. 넷플릭스 위쳐는 바로 이 점을 이해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던 거 같다. 아예 챕터 제목조차 친절히 Something More라고 적어주었음에도(게롤트 역시 책 내내 저 단어를 내뱉는다). 

그건 그렇고, 안제이 사프콥스키의 후스 전쟁 3부작을 다 읽었다. 하.. 후반 부분은 거의 기도하는 마음으로 읽었고, 가슴이 미어지는 작품이었다. 

"자네가 좋아하는 전도서에 나와 있듯이, 모든 것엔 이유가 있고, 하늘 아래 모든 것엔 때가 있는 법이지. 얻을 때가 있으면 잃을 때가 있고, 지킬 때가 있으면 버려야할 때가 있으며, 찢어야 할때가 있고, 꿰매야 할 때가 있는 법이네. 

나의 친구 레인마르여, 운명은 우리를 지난 몇 년 동안 하나로 꿰어놓아 한동안 역사라는 가마솥에 던져 놓았네. 그리고는 빌어먹을 참 잘도 휘저었지. 이제 그 봉합된 실을 다시 뜯어야 할 때네. 

난 영원한 빛을 택하겠다는 자네의 선택에 동의하지 않네. 난 빛과 어둠 사이의 결정적 전투에서 쓰러진 자들의 목록에 이름을 올릴 생각이 없네. 

... 잘 가게, 레인마르. 나의 동지."

Sapkowski, Andrzej. Light Perpetual (Hussite Trilogy). Orbit. 안제이 사프콥스키. 영원한 빛. 후스 전쟁 3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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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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