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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장, 명구절

위쳐를 위한 세상

모험러

한 영주가 게롤트에게 말한다. 자신은 이 땅의 법치를 위해 한 몸 바치기로 했다고. '페르 파스 엣 네파스', 즉 선한 수단이든 악한 수단이든 가리지 않고 말이다. 그에게 법이란 이론도, 정의도, 도덕과 윤리에 대한 낡은 경구도 아니다. 법은 안전한 길이고 안전한 집이어야 하며, 그걸 위해서 법을 위반한 자들에겐 교수대, 도끼, 꼬챙이와 달군 쇠가 함께해야 한다. 그런 처벌이야말로 사람들에게 겁을 주고 바르게 행동하게 하니까. 영주는 말한다. 수단에 대해 비판할 수는 있지만, 안전한 세상에서 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한마디로, 영주는 법가(法家)의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게롤트는 비꼬는 의미로 "난 당신이 생각하는 세계와 생각이 마음에 든다"고 답한다. 그리고 말한다.

"영주님의 세상이야말로 위쳐를 위한 세상이오. 그런 세상에서는 위쳐가 할 일이 없어 손가락을 빠는 일은 없을 테니까. 법조문과 단락과 정의에 대한 낡은 경구 대신, 무법과 무정부 사태, 자의와 제멋에 사는 자들의 세상, 빠른 시간 안에 경력을 쌓고 싶은 자들의 과열, 광신자들의 눈먼 복수, 미쳐 날뛰는 자들의 잔혹함, 앙갚음, 가학적인 열기를 부추길 거요. 

당신이 추구하는 세상은 공포로 가득 찬 세상이지. 날이 저문 후에는 산적 때문에 집 밖으로 못 나오는 게 아니라, 법의 수호자들 때문에 무서워서 못 나오는 그런 세상 말이오. 왜냐하면 산적 떼 사냥이 계속되면 산적들은 어느새 법의 수호자들로 변모하니까. 

당신의 세상은 추격과 협박, 음모의 세상이고, 정보 제공자들과 가짜 협조자들의 세상이오. 첩자와 억지 자백의 세상이겠지. 밀고와 밀고에 대한 두려움으로 떠는 세상. 그리고 당신의 세상에서는 엉뚱한 사람의 가슴을 쇠로 후벼 파거나 꼬챙이로 꽂아 죽이는 일이 만연할 거요. 그런 세상은 범죄의 세상이나 다름없지. 간단히 말해서 위쳐에게는 물 만난 물가기 같은 세상인 거요."

- 안제이 사프콥스키, 위쳐: 4 제비의 탑 (상). 제우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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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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