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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첫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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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승리


참된 철학자, 예술가는 "유일한 참된 충고자, 고독이 하는 말을"(스테판 말라르메) 따른다. 어리석음을 택하라. 정보를 차단하라. 지식과 정보는 사람을 병들고 쇠약하게 한다. "타락한 정보가 있는 게 아니라 정보 자체가 타락한 것이다"(질 들뢰즈). '비평가'들은 모든 것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또 설명할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고, '전문가'들은 한 가지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환상에 매달리고 있다. 


"제한과 미. 그대는 아름다운 교양을 가진 인간을 찾는가. 그렇다면 그대는 마치 아름다운 지방을 찾을 때처럼 역시 제한된 전망과 광경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분명히 전경적 인간들도 있다. 확실히 그들은 전경적인 지방처럼 교훈적이고 훌륭하다. 그러나 아름답지 않다." - 니체, '서광' 중


창조는 잉태, 임신, 수태이다. '침묵'과 '과묵', 또는 휴식과 양생 없이는 새로운 개념(새로운 세계)은 탄생하지 않는다.


고로, 철학이란 그리고 쓰는 것이란 '여성이 되는 것'이다.


번역이란 철저한 독서. 한 자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벌거벗은 '읽기'의 노정이다.


책은 적게 읽어라. 많이 읽을 게 아니다. 단, 선택한 책을 되풀이해서 읽어라. 그것으로 무의식에의 접속과 변혁이 시작된다. 반복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정면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렇게 살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흘 만에 독창적인 작가가 되는 법'(루트비히 뵈르네)이 궁금한가? 사흘간 방에 틀어박혀 생각한 것을 뭐든지 종이에 적으라. 아무리 부끄럽고, 흉하고, 불쾌하고, 무의미한 일이라도. 무의식의 검열과 억압을 떨쳐내고 쓰고, 쓰고, 마구 써보라. 보기 보다 쉽지 않다.


책을 읽을 때, 그 '최후에는 고독한 싸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이 정도의 일이다.


"우리가 그 책에 다가가는 도중에 아무리 꼬불꼬불 구부러지고 빈둥빈둥하고 우물쭈물하고 어슬렁어슬렁하더라도 최후에는 고독한 싸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 끝에 어떤 거래가 가능하다고 해도, 그 전에 작자와 독자 사이에서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하나의 일이 있다." - 버지니아 울프


그 고독한 싸움에서 우리는 하얀 종이의 표면에 비치는 광기와 그것을 읽지 않겠다고 하는 자신의 방어기제에 동시에 저항하지 않으면 안 된다. 차례로 넘기는 책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마다 우리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무의식의 벌거벗은 형태로 도박을 하는 것이다.


"최후 심판의 날 아침, 위대한 정복자, 법률가, 정치가 들이 그들의 보답 ― 보석으로 꾸민 관, 월계관, 불멸의 대리석에 영원히 새겨진 이름 등 ― 을 받으러 왔을 때 신은 우리가 옆구리에 책을 끼고 오는 것을 보시고 사도 베드로에게 얼굴을 돌리고 선망의 마음을 담아 이렇게 말씀하시겠지요. '자, 이 사람들은 보답이 필요 없어. 그들에게 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사람들은 책 읽는 걸 좋아하니까.'" - 버지니아 울프


이렇게 글을 읽는 것, 그리고 쓰는 것은 일종의 광기를 내포하고 있고, 따라서 기묘한 방황과 열광과 열락을 내포하며, 그리고 신도 선망하게 한다. 그리고 그것이 문학이다. 반反정보이며, 회태이며, 세계를 변혁하며, 끝을 모르는.


17/01/04


* 사사키 아타루,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 첫째 밤에서 발췌. 재구성. 리뷰. 요약.



2012/12/31 - 천천히 읽기를 권함

2014/02/27 - 책이 곧 혁명일까?

2012/12/31 - 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

2014/10/21 - 책과 혼연일체 되는 독서


모험러의 리뷰

2017/01/04 -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둘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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