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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둘째 밤 본문
루터, 문학자이기에 혁명가
마르틴 루터가 일으킨 '대혁명'이란 무엇인가. 성서를 읽는 운동. 루터는 무엇을 했는가? 성서를 읽었다. 그는 성서를 읽고, 성서를 번역하고, 그리고 수없이 많은 책을 썼다. 이렇게 하여 혁명이 일어났다. 책을 읽는 것, 그것이 혁명이었던 것이다.
그는 알았던 것이다. 이 세계에는, 이 세계의 질서에는 아무런 근거도 없다는 것을. 루터는 이상할 정도로 ― '이상해질 정도'로 ― 철저하게 성서를 읽고 또 읽었다. 이 세계의 질서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게다가 그 질서는 썩어빠졌다. 모든 사람이 그 질서에 근거가 있다고 생각했다. 루터를 제외하고. 책을 읽고 있는 내가 미친 것일까, 아니면 이 세계가 미친 것일까?
루터가 말했다. 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기도이고 명상이고 시련이다." 그리고 말했다. 되풀이해서 읽으라. 그는 읽고 썼다. 그는 번역하고 설교했다. 그는 노래하고 논쟁했다. 언어는 단순한 기호이자 현실의 반영이 아니다. "신에게서 말하는 것은 행하는 것이고 언어는 행위다"(루터).
루터는 성서를 독일어로 번역하는 일에 착수한다. 독일어로 써도 식자율은 5퍼센트였으므로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루터는 언어로 호소하는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 이리하여 16세기 최대의 저작가, '문학자'가 된다.
마르틴 루터는 말한다. "나는 아이제나흐 근교 멜라 출신 농민의 아들이지만, 그래도 성서 박사가 되어 교황의 방해자가 된 것을 인정하겠습니다." 멜라 출신 농민의 아들이 책을 읽는다. 성서 박사가 된다. 그리고 책을 쓴다. 그래서 '교황의 방해자'가 되고 그리하여 예술, 문학, 정치, 법, 신앙, 종교, 그 모든 것이 변했다. 대혁명은 성취되었다. 그는 무엇을 했는가? 책을 읽었다. 그리고 읽은 이상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나, 여기에 선다. 나에게는 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루터). 여담으로 작가 고토 메이세이도 "왜 소설을 쓰는가?"라고 자문하고는 이렇게 답했다. "소설을 읽어버렸으니까." 읽어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쓰는 것이다. 책을 읽고 다시 읽는 것만으로 혁명은 가능하다.
"성급함이나 폭력은 신에 대한 신뢰의 결여를 드러내는 것이다.
나는 기도하고 설교하는 것밖에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이 나를 통해 얼마나 많은 것을 성취하셨는지를 생각해보라.
말이 그 모든 것을 이루었던 것이다."(루터)
혁명의 본체는 텍스트다. 결코 폭력이 아니다. 독일농민전쟁은 패배했지만, 그 피는 무익했는가? 대혁명의 실패를 의미하는가? 아니다. 농민의 요구는 실현되고 텍스트는 통과되었다. 텍스트가 다시 쓰였던 것이다. 혁명은 폭력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폭력이 선행하는 것이 아니다. 먼저 근거를 명시한 텍스트가 선행한다. 텍스트를 다시 쓰는 것이 선행하는 것이다.
텍스트는 폭력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폭력을 가진 자의 의지만이 법이 되는 것이 아니다. 혁명에서 새로운 텍스트를 통과시키기 위해 이차적인 수단으로 폭력이 휘둘러져온 것이다. 혁명은 절대적인 자유를 요구하며 법을 분쇄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법이라 부르는 것"(르장드르)을 다시 쓰는 것이다. 텍스트의 변혁이야말로 혁명의 본질인 것이다.
텍스트를, 책을, 읽고, 다시 읽고, 쓰고, 다시 쓰고, 그리고 어쩌면 말하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 이것이 혁명의 근원이다. 고쳐 말하면, 문학이야말로 혁명의 근원이다. 루터는 문학자였다. 말의 인간이었다. 그러므로 사상 최대의 혁명가였다.
혁명이 문학적 몽상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혁명은 '문학적'인 것이 아니다. 다르다. 문학이야말로 혁명의 본질이다. 혁명은 문학으로부터만 일어나고, 문학을 잃어버린 순간 혁명은 죽는다.
17/01/04
* 사사키 아타루,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 둘째 밤에서 발췌. 재구성. 리뷰. 요약.
2017/01/04 -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첫째 밤
2017/01/05 -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셋째 밤
2017/01/06 -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넷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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