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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셋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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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라, 어머니인 문맹의 고아여: 무함마드와 하디자의 혁명


멸망을 향해 쇠망의 길을 걷고 있던 로마, 한 남자가 기도한다.


"언제까지입니까? 주여, 언제까지입니까? 아무리 지나도 내일인 겁니까? 왜 저의 더러움이 바로 지금 없어지지 않는 것입니까?" 


그러자 노랫소리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집어 들고 읽어라, 집어 들고 읽어라, 집어 들고 읽어라."


그는 집어 들고 읽었다. 어디까지나, 어디까지나 읽었다. 그의 이름은 사도 바울 이래 최대 신학자 성 아우구스티누스.


신비주의의 역사는 죽임을 당하거나 광기를 무릅쓰고 읽거나의 역사. 여성 신비가 테레지아 앞에 예수가 나타나 말한다.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너에게 마치 펼쳐진 책처럼 될 것이다." 신비가는 금지된 책을 읽고 유럽 역사에 남을 신학 문헌을, 그리고 시를 썼다.


이슬람 이전의 시대는 자힐리야, 즉 무명, 무지의 시대. 압도적으로 여성 차별적이고 빈부 격차가 심했던 사회. 이때 시장을 헤매고 다니며 먹고 사는 평범한 남자, 무함마드에게 대천사 지브릴이 나타난다. 지브릴은 말한다.


"읽어라. 창조주이신 주의 이름으로.

아주 작은 응혈에서 사람을 만드셨다.

읽어라. 너의 주는 더없이 고마우신 분이라,

붓을 드는 법을 가르쳐주신다.

사람에게 미지의 것을 가르쳐주신다."


이리하여 문맹 무함마드는 읽을 수 없는 것을 읽었다. 책을 잉태했다. '코란'은 그가 쓴 것도 편찬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근원적으로 책을 잉태하고 '읽는 것'을 의미하는 '코란'을 '썼'던 것이다. 그리고 사상 최대 규모의 읽고 쓰는 고도의 문화를 꽃피운다.


'코란'에는 "시의 언어는 황금보다 훌륭하다"라고 쓰여 있다. 무함마드는 읽으라는 말을 듣고 읽었고, 쓰라는 말을 듣고 썼으며, 그리고 시를 읊었다. 반복하지만, 문학이야말로 혁명의 힘이고, 혁명은 문학으로부터만 일어난다. 읽고 쓰고 노래하는 것, 혁명은 거기에서만 일어난다.


원리주의자는 책을 읽지 않는다. 책을 읽을 수 없는 것이다. 책을 '읽을 수 없음'과 '읽기 어려움'에 맞설 용기도 힘도 없다. 나약한 사람들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역사는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하고 있으며 자신이 결정적인 끝이나 시작을 살고 있다, 그런 게 아니면 싫다, 이 얼마나 유치한 사고인가? 세계는 계속된다. 세계는 넓다. 우리가 죽은 뒤에도 세계는 변한다. 우리 시대야말로 새로운 시대라고 말하는 것이 가소롭기 짝이 없는 잡담이 되는 미래가 온다.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시대가 결정적인 종말이고 시작이라는 사고도 실은 종말론이다. 옴진리교나 나치 같은, 가장 병들었으며 나쁜 종말론인 것이다.


현대문학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동안 뭔가 결정적인 몰락이나 종언이 일어나주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유치한 사고에 대한 투쟁으로 조직되어왔다. 


17/01/05


* 사사키 아타루,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 셋째 밤에서 발췌. 재구성. 리뷰. 요약.



2017/01/04 -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첫째 밤

2017/01/04 -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둘째 밤

2017/01/06 -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넷째 밤

2017/01/07 -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다섯째(마지막)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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