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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에 구속된 과학 본문

명문장, 명구절

자본에 구속된 과학

모험러

「마치 애덤 스미스의 분업의 원리가 옳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과학의 전문화는 지식의 양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고, 그에 따라 적은 비용으로도 인류의 지식수준을 고양시켜줄 연구는 선대에서 이미 다 해버렸다. 이제까지 밝혀지지 않은, 그래서 이 세계의 신비에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연구는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한다.


전문화가 가져온 기대하지 않은 결과는 이렇다. 과학혁명 이래로 우리가 세계 창조의 비밀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우리는 과거 우리 조상들이 믿었던 종교적 구속으로부터 해방되었지만, 전혀 새로운 형태의 구속을 받게 되었다는 점이다. 자본이 그것이다. 과학 저널리스트 도로시 넬킨의 보고서 제목은 '셀링 사이언스Selling Science'다. 넬킨은 과학과 미디어가 어떻게 결합하는지, 또 그런 결합을 통해 어떻게 과학을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주었다. 실제로 지식은 거대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상품이 되었다. 이른바 새로운 기술을 둘러싼 특허 전쟁은 거대하고 비옥한 토지를 놓고 싸우는 영토 전쟁과 다를 바가 없다. 글로벌 시장이라는 천문학적 이익을 독점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국가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기업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업적 세계에서 이제는 국가도 수익을 낼 수 없는 연구에 대해서는 지갑을 열기 힘든 처지가 되었다. 장기적으로는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정책 당국자 중에 막대한 예산을 책정하는 이유가 순수한 지적 호기심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떤 연구에 정책 자금이 투입된다면, 그런 투입에 대한 대가로 무엇을 기대하는지는 분명하다. 국가가 이렇다면, 기업에서 연구 자금을 끌어온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16/05/19


* 박승억, <학문의 진화: 학문 개념의 변화와 새로운 형이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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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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