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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성과 객관성의 위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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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성과 객관성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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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의 확실성이 의심받는다는 것은 근대 학문 전체가 의지하고 있는 합리성이 위기에 처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물론 여기서도 위기는 새로운 기회라는 공식이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서 가정된 공간은 당시 사람들이 그토록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리만 공간이었고, 그런 아인슈타인마저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새로운 세계관을 보여준 양자역학은 근대 역학의 '결정론'의 관념을 포기한 것으로부터 가능했으며, 디지털 세계의 기초를 놓은 앨런 튜링이 보편 튜링 기계를 생각하게 된 것도 집합론과 수론의 위기로부터 촉발된 논의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작은 위기를 전제로 한다는 공식, 그것은 학문의 역사에서 전형적이다. 수학의 기초 문제가 폭로한 합리성의 위기는 결국 근대적 합리성의 위기였다. 그것은 지식의 보편타당성을 믿는 믿음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자, 근대 과학의 객관성이라는 이념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리고 이는 근대적 세계관이 드디어 그 효력을 다했음을, 나아가 그 세계관을 이론적으로 지지해주던 학문 개념이 다시 한번 변화하고 있음을 예고한 것이었다.」


16/05/18


* 박승억, <학문의 진화: 학문 개념의 변화와 새로운 형이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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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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